방언 ‘학게(學校)’
방언 ‘학게(學校)’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0.0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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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공칠.전 제주대 교수

학교를 지금도 학게(+아래아+)’라고 하는 것을 신문지 상에 가끔 보이는 개인의 방언구술록에서 볼 수 있다. 한자 ’()가 어떻게 로 발음하게 되었을까? 그러한 이유를 찾아보는 것도 방언연구의 한몫으로 생각된다.

의 한국한자음이 천자문에서 로 나온다는 것은 이전에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원래의 중국음은 수당 시대에 가우’, 송대의 ()에 가까운 음이었다.

중국음의 아우소리는 한국음에서 보통 로 받아들인다는 것도 전에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수당 시대의 음은 가 되기 쉬워도 는 되기 어렵다. 그러면 송대의 ()에 가까운 음에서 ’(>)가 유래했다고 가정할 수 있다.

한자의 음운분류도(운경)에 의하면 중국 한자는 1~4등의 등별이 있다. 예컨대 ‘ka’음을 들어말하면 1등은 ka음 그대로(직음), 3등과 4등은 자음과 모음 사이에 ‘j’가 끼어드는 ‘kja’에 가까운 음(개음)이었다(물론 양자는 약간의 차가 있다).

그런데 2등자이다. 2등자에도 뭔가 기어드는 것이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이 어느 중국 학자의 주장인데 그것이 ‘e’음이었다는 것이다. 송대에 그러한 음을 받아들인 쪽에서 중간에 끼어든 ‘e’소리에 중점을 두면 소리가 되는 것이고, ‘e’는 나중에 ‘y’가 되었다고 보기도 해서 중심모음에 중점을 두게 되면 갸우가 되어 로 될 수 있다.

이렇게 어느 시대의 한자음이 쓰는 이의 처지에 따라 두 음으로 갈리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기는 하나 2등운의 ‘e’개음의 실존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 문제는 있다.

방언 자체의 경제성이나 이기성으로 볼 때 그러한 복잡한 사연을 겪었다고 보기보다 (+아래아+)교의 말미에 숨어있는 ’(주격형이라고도)가 첨가되어서 >(+>+)>>로 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자음의 예로 이전에 소모(消耗)가 원래 마우인데 가 되고 로 변한 경우를 본 바 있다. 이외에도 제주방언에 지경을 나타내는 ’(1999년 졸저에서 언급)라는 말이 있다.

언어의 변동이나 변화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기 마련인데 편하게 다른 말을 따르거나 (차용, 유추, 모방 등) 다른 말의 영향을 받는 (동화, 견인 등) 경우가 있게 된다. 특이한 제주방언의 학교(+아래아+)~학게(+아래아+)의 변동관계는 흥미로운 문제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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