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나를 찾아서'...가을에 걷는 순례길
'진정한 나를 찾아서'...가을에 걷는 순례길
  • 장정은 기자
  • 승인 2019.10.03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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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가을볕을 받으며 소나무 숲을 걷고, 옛 선비의 누정에 올라 물끄러미 계곡을 내려다본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가을은 청명한 날씨에 호젓하게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차분히 느낄 수 있는 감사의 계절이다.

제주 지역의 천주교와 기독교, 불교 등 3대 종교에서는 제주에 각각 5~6개의 순례길 코스를 조성해 마음의 평화와 지혜를 찾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높고 푸른 하늘과 오곡이 풍성하게 익어가는 10, 3대 종교에서 마련된 순례길을 걸으며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씻어보는 것은 어떨까. 제주의 종교적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을 함께 만나볼 수 있는 도보여행길을 소개한다.

천주교 순례길 (천주교 순례길 정보 : peacejeju.net)

천주교 순례길은 제주 지역의 각각의 길과 관련된 대표적 지명이나 인명 사건명 등 고유명사를 별칭으로 정해 길의 특색을 나타낸다. 이와 함께 제주 천주교의 역사와 절묘하게 맞물리며 저마다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 천주교의 묵주기도가 지향하는 여섯가지 신비의 길로 구성돼 있다.

빛의 길(김대건 길, 12.6km)은 고산성당에서 시작해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수월봉 인근과 자구내 포구를 지나 성 김대건 신부 표착지인 용수성지를 둘러본 다음 신창성당에 이르는 순례길이다.

환희의 길(하논성당 길, 10.6km)은 천혜의 아름다움을 지난 천지연 산책로를 지나 산남지역 신앙의 못자리인 하논성당터와 하논분화구, 솜반내와 흙담소나무길, 매일올레시장, 이중섭거리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영광의 길(김기량 길, 8.7)은 천주교의 처음으로 안내한 김기량 펠릭스베드로를 기념하는 길로 김기량 생가터를 지나 제주의 푸른바다와 평화로운 마을 그리고 조천포구의 멋진 풍경을 한눈에 담아볼 수 있다.

고통의 길(정난주 길, 7)은 정난주 마리아묘에서 시작해 모슬포 성당까지 이르는 순례길로 추사 김정희 유배지, 대정향교, 알뜨르 비행장, 4·36.25때 죽어간 희생자 유적인 섯알오름 등을 만날 수 있다.

화해의 길(신축화해 길, 12.6)은 제주 근현대사의 아픔인 4·3과 천주교 신자 희생자들의 아픔이 담긴 역사적인 상처를 담고 있다.

은총의 길 (이시돌길, 33.2)은 묵주기도의 호수와 성모동굴이 있으며 예수님 생애 공원과 야외 십자가 길, 십자가 형태로 건립된 삼위일체 대성당 등이 있다. 제주 중산간의 호젓함과 아름다움 속에서 정물오름, 4·3잃어버린 마을, 금오름, 바람의 언덕 등을 지난다.

기독교 순례길 (기독교 순례길 정보 : jj.local.cbs.co.kr)

제주의 기독교 성지 순례길은 척박한 제주 땅에 뿌려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전파된 길을 따라 묵상하며 걷는 길이다. 특히 제주 4·3의 아픔을 느끼는 지난 세월의 흔적을 만나게 되므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종교를 포함하는 도보여행지이다. 제주의 기독교 성지순례길은 현재 5개의 코스가 개장돼 있다.

1코스는 순종의 길(금성교회~협재교회, 14.2)은 애월읍 금성리에서부터 시작되며 빼어난 해안길을 포함한다. 담낭물 목욕터, 귀덕리 궤몰동상, 한수풀 해녀학교, 평수표구 등을 만나볼 수 있다.

2코스 순교의 길(협재교회~이도종 목사 순교터, 23)은 협재교회에서 시작해 홍수암로, 저지오름, 평화박물관, 구남물, 무릉 교차로 등을 거친다. 중산간의 전원 풍경이 펼쳐진 길로 농촌의 취락구조와 1차산업의 현장을 비롯해 곶자왈을 비롯한 자연환경을 만날 수 있다.

3코스 사명의 길(조수교회~조남수 목사 공덕비, 21.4)은 용금로와 낙수로, 순례자의 교회 등을 거치면서 소박한 농촌길과 아름다운 노을 해변길 등을 만난다.

4코스 화해의 길(이도종 목사 순교터~조남수 목사 공덕비, 11.3)은 무릉2리 교차로에서부터 시작해 신평리, 보성리 마을 등 중산간의 시골길을 따라 제주의 옛 정취도 만날 수 있다.

5코스 은혜의 첫 길(성내교회~사라봉, 8)19082월 제주 선교를 위해 제주를 찾은 이기풍 목사(1865~1942)의 제주선교 여정을 아는 것으로 시작한다. 제주시 원도심권의 중심지에 위치한 제주성내교회에서 출발해 산지천과 동문시장, 사라봉까지 8구간을 걸으며 제주 기독교 초기 역사 현장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불교 순례길 (제주불교 성지순례 절로 가는 길 : www.jeolro.kr)

마음의 혼돈을 내려놓고 그 안에서 무아(無我)’의 깨달음을 얻는 길, 바로 제주불교성지순례길의 바람이다. 부처님과 같은 참된 성품과 만나는 길. 이 길을 걸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본래 갖춰져 있는 부처님의 성품을 찾는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보시의 길(대원정사~해륜사, 42.9)은 선지순례길 가운데 가장 많은 절들이 터를 잡고 있는 길로써 가장 제주다운 절집들을 만난다. 물메(수산봉) 기슭에 자리잡은 대한불교 법화종 대원정사를 시작해 고려 충령왕 26년에 창건된 불탑사, 고려시대인 13세기 무렵 용담동 용연의 수련한 풍경을 병풍삼아 지어진 해륜사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지계의 길(관음정사~관음사, 14.2)은 한라산 650기슭에 자리한 대한불교 조계종 제23교구 본사 관음사부터 매화와 동백꽃이 만발하는 월정사 등 옛 선인들이 한라산을 올랐던 등산로이면서 단순히 땅위를 걷는 길이 아니라 선인들의 풍류와 삶이 배어 있다.

관음사를 시작으로 천왕사, 어리목, 윗세오름, 영실에 이어 존자암까지 이어진 인욕의 길(관음사~존자암, 21)과 참된 나를 떠나 떠나는 길인 정진의 길(존자암~남국선원·선덕사, 18.6)은 한라산 둘레길은 밀림 숲속의 비밀의 정원에 숨겨졌던 비경과 역사를 만끽할 수 있는 숲길이다.

선정의 길(선덕사·쌍계암~광명사, 39.6)은 햇살이 내리쬐고 물빛이 반짝이는 바다를 보고 푸른 잎으로 하늘을 가린 숲길이 나오는 이 길에 들어서면 명상 최적의 섬 제주에서 불교적 명상을 통한 휴식과 종교적 신앙심이 넘쳐남을 느낄 수 있다.

 

 

 

장정은 기자  jeun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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