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 그릇은 어떤 모양인가요?
당신의 말 그릇은 어떤 모양인가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10.03 1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추천하는 이달의 도서] 말 그릇

당신의 말 그릇은 어떤 모양에 가까우십니까?”

이 책은 단순히 말 잘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기술적인 책은 아니다. 자신의 을 돌아보고, 지금 맺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자신의 마음을 보살피고 있는지를 되묻는 책에 가깝다.

저자는 10여 년 동안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그는 말 한마디를 바꾸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고 한다.

“‘이라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매일매일 쌓아올려진 습관에 가깝기 때문에.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이 뒤섞여 그 사람만의 독특하고 일관된 방식으로 나오는 게 바로 말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언어는 그 사람의 내면과 닮아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담는 그릇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그 크기에 따라 말의 수준과 관계의 깊이가 달라진다”(p.08)

작은 말 그릇을 가진 사람은 말을 담을 공간이 없고, 말이 쉽게 흘러넘치며,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한다. 작은 말 그릇의 구절을 읽자마자 떠오른 사람은 안타깝게도 이 글을 쓰는 나 자신이었다.

사실 나는 낯을 매우 가리는 성격이다. 그렇기에 새롭고 낯선 환경에 놓여질수록 부지런히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조용하고 침묵을 지키는 것을 두고 낯을 가린다 정의내리지만 그 어색하고 무거운 공기를 타파하고자 뭐라도 말을 애써-심지어는 상대가 물어보지도, 궁금하지도 않을 이야기까지-꺼내며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낯을 가리는 유형의 일종이다. (나는 그 후자에 속했다) 이 불편하고 낯선 상황을 벗어나는데 급급해서 꺼내는 말에 그릇의 깊이가 있을 리 없었다. 이런 나의 말 그릇은 도제의 습작용 질그릇같이 작고 거칠고 날 것에 가까웠다.

반면 큰 말 그릇을 가진 사람은 많은 말을 담고, 담은 말이 쉽게 새어나가지 않으며, 필요한 말을 골라낼 수 있는 사람이다.

이 문구를 보며 떠오른 친구가 있다.

대학시절 대외활동과 첫 직장을 같이 한 친구였는데, 친구는 나의 고민과 비밀을 지켜주며 서른 늦깎이 만학도의 새로운 꿈을 응원하고, 어둡고 불안한 미래를 걸어 나가는 나의 처지를 진심으로 공감하고 위로를 하던 친구였다.

사실 이 책은 사회 초년생시절 읽었던 책이나, 첫 직장생활이 어렵고 힘들단 핑계로 까맣게 잊고 있다가, 첫 발령지인 이 도서관에서 우연히도 다시 만났다. 두 번째 직장에 발을 내딛은 지금 내 말 그릇은 어디쯤에 있는가 생각해 보았는데아무래도 조금 다듬어졌다 뿐이지 여전히 작은 말 그릇이다.

저자는 한 사람의 말 습관은 쉬이 고쳐지지 않으니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인식하는 성찰을 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기에 이 계기로 추천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끔 생각날 때 중요 구절을 필사하기도 하며-그것도 여의치 않을 땐 항상 가까이에 저 책을 두며 나의 말 그릇을 확장해보기로 결심한다.

우리 모두는 말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분명 내 것인데도, 잘 다듬어지지 않은 감정과 생각의 습관은 그 자체로 살아 움직여 수없이 많은 갈등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말 그릇을 인식한 사람, 멈추고 돌아보는 사람,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은 그 후회의 시간을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다. 조금씩 자신의 말 그릇 안에 마음과 사람을 담아낼 수 있다.” (p.306)

이 책을 추천하면서 다시 처음 질문을 독자분들께 되묻는다.

당신의 말 그릇은 어떤 모양에 가까우십니까?”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자신의 말 그릇에 담긴 당신의 감정’ ‘당신의 흔적등을 정직하게 직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양경연 한수풀도서관 사서>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