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시장 직선제
행정시장 직선제
  • 한국현 기자
  • 승인 2019.10.0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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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을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임명하는 대신 해당 지역주민들이 직접 뽑는 행정시장 직선제에 반대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달 26일 행정시장 직선제 제도개선안에 대해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도 지원위원회가 ‘최종 불수용’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행정시장 직선제는 ‘특별자치도’ 설립 취지에 비춰볼 때 상충되는 부분이 있고, 도지사와 시장 간 사무배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조정이 어렵다는 게 이유다. 행정안전부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우여곡절 끝에 마련한 제도개선안은 행정시장 직선제(의회 미구성), 행정시 4개 구역 재조정, 행정시장 정당 공천 배제 등이다.
행정시장 직선제 제도개선안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민선 5기 제주도정 때부터 도민들 사이에서 행정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 왔고 민선 6기 들어서는 개선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2016년 제주도의회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도민의 70%가 행정시장 직선제를 찬성한다”다.
행정시장 직선제 제도개선안은 수 차례의 도민 설명회와 선호도 조사, 보고회, 공청회 등을 거쳐 내놓은 결과물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도민들의 목소리가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제주시민과 서귀포시민은 자신들이 직접 시장을 선출할 수 없었다. 법이 그랬다.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은 도지사의 몫이다. 민간인이든 공무원이든 도지사가 낙점하면 시장이 된다. 그러다 보니 도지사의 권한은 막강해졌다. 그야말로 ‘제왕적 도지사’다.
반대로 행정시장은 힘을 쓰지 못 했다. 도지사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도지사에게 잘 보여야 비록 ‘행정시장’이기는 하지만 시장 자리를 꿰찼다.
‘행정시장’도 시장인지라 그 자리를 차지하면 ‘가문의 영광’이다. 물러나도 ‘시장님’이다. 때문에 선거를 통해 도지사가 바뀌거나 행정시장 임기가 끝날 때쯤 되면 최측근 또는 선거 때 줄을 잘 선 인사들이 거론되고 결국에는 그 사람이 행정시장에 임명되는 사례를 도민들은 보아 왔다. 최측근이나 도지사와 끈이 닿아있는 인사의 추천에 의해 행정시장이 된 사람도 있다.
행정시장의 임기가 2년이라고는 하나 그동안 잘 지켜지지 않았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후 도지사를 지낸 사람은 2명이다. 현직인 원희룡 지사는 재선에 성공해 6년째 지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반면 양 행정시장은 20여 명이 거쳐갔다. 제주시장은 7명, 서귀포시장은 10명이다. 혹독한(?) 인사 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한 예정자도 있다. 임기도 들쭉날쭉이다. 임명된 지 2개월 또는 4개월도 안돼 낙마한 사례도 있다. 길어봐야 1년 6개월 또는 2년이다. ‘행정시장의 임기는 고무줄’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특별자치도가 출범된 지 13년, 힘 없는 행정시장을 지켜봐 왔던 시민들은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도지사가 행정시장 직선제를 반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정부가 ‘특별자치도’ 설립 취지를 들먹이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행정시장 직선제가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은 아니다. 제주출신 강창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월 현행 행정시인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행정자치시로, 행정시장을 행정자치시장으로 개편하고 시장은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강 의원은 “그동안 제주특별자치도의 특수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과거 행정의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요소를 효과적으로 개선했으나 행정의 민주성과 주민참여 약화,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 등 예기치 못한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며 “행정시장 직선제를 통해 주민참여를 확대하고 행정능률을 높여 시장 중심의 책임행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강 의원이 대표발의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20대 국회가 8개월 밖에 남지 않은 촉박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논의할 시간은 있다고 본다. 강 의원도 “제주도민과 도의회의 의견이 수렴되길 바란다”며 의원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시행하다 보면 문제점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러면 개선해야 한다. 행정시장 직선제도 이런 맥락에서 다뤄져야 한다. 법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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