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주는 참회문
그림이 주는 참회문
  • 제주일보
  • 승인 2019.10.0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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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선 수필가

약천사 갤러리에서 전시가 열렸다. 법당 지하 전체가 관람 장소이다. 혜인스님과 직전 주지였던 성원스님의 글을 모아 전시하고 있다. 경전과 우주전체가 하나로 되어 마음의 양식을 가득 담았다. 평소 혜인스님과 신도가 일상을 나누던 모습처럼 살아 있다.

맞상좌 주지스님이 1층 법당에서 법문을 하셨다. 400여 년 전, 경북 예천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지금의 세태와 비교하였다. 세계에서 하나뿐인 언총(言塚)에 대해 새로운 법어로 다가왔다.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작성하여 무덤을 만들어 봉하였다. 그 앞에서 회의를 하면 싸움이 잦던 일도 그쳤다. 법문 중에 삼 만 단어의 언어 중에 비수로 꽂은 단어를 포함하여 매일 참회하라하였다. 내 말무덤을 만들어 가슴에 언총을 만들자 하였다. “무덤님, 잘 계셨습니까? 오늘 하루도 실수하지 않겠습니다를 강조했다. 의미심장한 법문이었다.

이층의 십만 불을 친견하려고 올라갔다. 예전에 무심코 지나쳤던 달마대사와 혜가스님의 벽화 앞에 발길이 멈췄다. 아니. 이 벽화가 언제 그려졌단 말인가. 아래 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벽화에는 달마대사의 짚신 한 짝 어깨에 맨 그림이 조성되어 있다. 나는 이 깨달음을 얻으려고 얼마 전 중국 오대산까지 갔단 말인가.

9년 동안 벽면 수도 하던 달마대사가 혜가스님의 3년의 수행 공부에도 등을 돌리지 않았다. 혜가는 싸움터의 장수로서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나서 가르침을 청하자 달마대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혜가의 왼손목을 자르며 피흘리는 장면이 하얀 눈 위에 떨어져 매화로 보인다. 달마대사는 혜가한테 너의 마음을 보여 달라 하였다. 참회기도가 이르지 못 하였음을 알고 마음공부를 내놓았을까. 칼을 들고 내 목을 내놓으면 제자로 받아주겠느냐고 간청하는 혜가의 간청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달마대사는 목을 베려할 때 벽면 수도에서 뒤돌아 앉으며 혜가를 제자로 받아 들였다.

중국 오대산의 사찰 벽화에는 무릎 꿇은 혜가 스님이 있다. 오대산의 관음전 벽화는 양각으로 만들어져 지붕이 있고 그 안에 관세음보살은 아기를 품에 안고 있다. 벽화 가득 불보살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그림이다. 관음전 정각 바로 옆에 앉은 달마대사는 조금 높은 곳에 벽면기도 중이고 혜가스님은 무릎을 꿇고 포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수수께끼 찾듯 사찰 안 두 바퀴를 돌고서야 사진을 찍고 왔다. 자장율사가 한국에 불교를 전한 원본 불교지를 못 찾았다면 약천사의 달마대사 그림 또한 의미를 알아 차리지 못 했을 것이다.

달마대사는 인도의 왕자였다. 부처님처럼 구도를 찾아 동쪽으로 갔다. 경전에서 읽은 내용이 실감이 나지 않아 성지순례를 통하여 오랫동안 찾아 헤메었다. 자기수행을 통하여 속이 비워질때까지 참회가 이루어진 다음에야 제자로 받아 들였다. 그림이 주는 참회문이었다. 마음이 정화된다. 여느 화가의 그림보다 경전 한 권을 읽은 것보다 나에게 깨달음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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