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아꼬운 곳 제주, 내국인·관광객 함께하는 페스티벌 최적지”
[창간]“아꼬운 곳 제주, 내국인·관광객 함께하는 페스티벌 최적지”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9.09.30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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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특별인터뷰] 송승환 PMC 프로덕션 예술총감독

연극의 공식을 깨고 브로드웨이에서 관객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한 송승환 PMC 프로덕션 예술총감독을 창간 74주년을 맞아 제주일보가 만났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멋을 광활한 대관령 하늘 위에 수천개 드론으로 쏘아올려 전 세계에 감동을 수놓았던 송 감독은 10년 넘게 제주를 속속들이, 때론 한 발자국 떨어져 관찰하기도 한다.

그는 아름다운 자연과 독특한 문화를 접목시킨 제주관광 정책의 장기 플랜을 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제주의 살아있는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제주를 보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늘 생각나요. 그 작은 도시에 축제 때면 1000개가 넘는 공연팀이 몰려와요. 재작년에 갔을 땐 1500개 팀이 넘었어요. 한 달 정도 기간에 그 많은 팀의 공연을 위해 야외 임시공연장이나 주변 학교와 교회 같은 가능한 모든 공공시설을 다 무대로 활용합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요. 그 기간에 3만명이 넘는 배우들이 공연만 할까요? 공연 참가자들이 관광객이 되고 제주 올레길을 거닐고 한라산과 오름을 가게 될 거예요. 그들과 함께 제주의 문화예술인들이 호흡하고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세계에 자연스럽게 알리는 길이 되겠지요.”

제주의 문화와 관광 정책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송승환 감독은 제주는 정말 아꼬운(고운) 이라며 제주섬도 아시아의 에든버러처럼 태생부터 갖고 있는 장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많은 변화를 가져갈 수 있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로, 대구는 뮤지컬로 성공했어요. 보령은 대단할 것 같지 않은 진흙으로 대단한 머드축제를 만들었어요. 지역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거나 새롭게 구축한 거죠. 내국인과 관광객이 함께하는 페스티벌 문화가 아직 우리에겐 없는데 제주가 적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제주의 문화 역량과 스토리텔링의 접목도 말한다.

굳이 관광객 수를 염두에 두지 않고서라도 제주가 가진 독특함이 있고 이것을 제주의 대학이나 문화예술 관련 학문 분야나 단체들이 스토리를 살려내고 알리려는 노력이 결합되면 아주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봐요.”

2000년 서울의 전용극장에 이어 2008년 제주 난타 전용극장을 만들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늘 입버릇처럼 제주에서 만난 친구들이 늘 데리고 갔던 곳이 술집밖에 없었다고 말하곤 했지만,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도 서울을 제외하고 연간 공연관람객 10만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곳은 국내에 제주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의 계산은 정확했다.

시작하고 금방 좋은 반응이 이어졌어요.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공연무대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큰 매력입니다.”

그러면서 재작년에 새로 문을 연 난타 전용공연장은 사드 여파로 어려움이 있지만, 다른 방법으로 변화를 찾고 있다고 했다.

줄어든 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신 자유여행으로 제주를 찾는 개별관광객이 많아졌어요. 난타도 어려움이 있어서 공연 횟수를 줄였어요. 대신 늘어난 국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요즘 트렌드가 체험이다보니 그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거지요.”

그러면서 제주의 고질적인 덤핑관광에 대한 변화없이는 제주 미래가 나아지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주에서 벌어지는 덤핑관광은 여전히 문제입니다. 관광객이 만원의 입장료를 내고 공연을 보면 배우와 공연팀에게 얼마나 지급이 될까요? 난타는 제대로 된 배분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애를 많이 써서 그래도 룰이 지켜져 왔습니다만, 여행사들의 덤핑관광에 문을 닫은 곳이 많지요. 고질적인 저가 관광 상품으로는 제주의 미래를 얘기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관광 정책의 변화를 제주가 이끌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제주도 등 지자체가 제주 관광 정책을 고민하고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체관광과 개별관광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할지, 지금처럼 사드 여파로 단체관광객이 줄었을 때 개별관광객 편중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에 따른 숙박과 교통 인프라, 관광객 전체 규모 등 종합적인 비전이 필요합니다. 도시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는 반드시 경제 기획과 함께 문화 정책을 통한 장기 플랜이 필요합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나름의 성공 사례, 브랜드 가치 성공 사례가 나오는 만큼 제주에서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지론인 조화와 융합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연에 문화예술을 균형있게 융합시켜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주 지역색을 드러내되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글로벌하게 표현하는 방법도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때 등장시킨 강원도의 정선아리랑, 봉평의 하얀 메밀꽃, 국보로 지정된 평창군 오대산 월정사의 팔각구층석탑은 5G 시대의 기술을 응용해 전 세계에 강원도를 알리고 한국 고유의 멋을 맘껏 뽐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저는 공연하는 사람이라 제주가 페스티벌을 통해 더 많은 역량을 결집하고 뿜어져나오길 바라요. 세계적인 페스티벌을 통해 아시아의 자랑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해요. 조만간 난타가 아카데미를 통해 청소년과 도민을 위한 문화체험을 기획하고 있는데 도민 역량을 결집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소망합니다.”

 

송승환 예술총감독은

1997년부터 23년째 이어지고 있는 세계적 명성의 난타를 만들었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50년 넘게 드라마와 영화, 쇼프로그램 진행자로 활약해 왔고 공연 기획과 제작은 물론 대학에서 후학을 키워내고 있다. 악조건 속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폐회식 직후부터 시력이 급격히 떨어져 사람 얼굴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강연은 물론 차기작을 준비하는 등 왕성한 활동력을 이어가고 있다. 2008년 제주에서 난타공연을 시작으로 2017년 전용공연장을 설립해 운영하는 등 제주 문화관광의 새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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