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제주인 정체성의 뿌리…지속 가능 미래 이끌 성장 동력
[창간] 제주인 정체성의 뿌리…지속 가능 미래 이끌 성장 동력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09.30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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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미래 가치 재창조] 3. 생활문화
그래픽=이현충 기자 lhc@jejuilbo.net

 

해녀문화·칠머리당 영등굿 세계 인정
밭담·신화·제주어 등 '개척 정신' 산물
도민 자긍심 및 행정지원 뒷받침 필수

제주는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함께 섬 특유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문화는 ‘가장 제주적인 게 세계적인 것’이라는 가치와 잠재력을 공인받으면서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해녀문화와 칠머리당 영등굿, FAO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인정받은 밭담, 1만8000여 신의 설화를 간직한 신화, 언어적 가치를 재조명받고 있는 제주어 등의 문화유산은 제주만의 정체성을 이어나갈 차별화된 콘텐츠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적 가치 인정받은 제주의 문화유산

한 지역의 ‘정체성’을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현대의 제주인에게 조선시대 제주인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얘기하기 어렵듯이 정체성은 시간의 흐름과 시대적인 환경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그래서 ‘로컬리즘’이 중요하다. 시간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초월해 과거에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이어져 갈 ‘로컬리즘’은 제주의 정체성을 정립할 수 있는 열쇠다.

제주 로컬리즘의 핵심 자원 중 하나가 바로 제주의 문화유산이다.

제주 문화유산을 대표하는 ‘제주해녀문화’는 2016년 12월 유네스코로부터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가장 제주적인 생활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이제 제주해녀는 우리나라를 넘어 전 인류적으로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으로 발돋움했다.

앞서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칠머리당 영등굿’은 제주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체다.

과거 마을마다 세워진 본향당에서 바람의 신인 ‘영등신’을 맞이해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며 벌인 영등굿은 섬을 둘러싼 바다와 척박한 제주 땅을 일궈야만 생존할 수 있었던 제주인의 개척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2014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등재된 ‘제주 밭담’ 역시 주어진 자연 환경과 제주인의 지혜가 결합된 로컬리즘 자원이다.

화산섬에 널려있는 현무암을 이용해 거센 제주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도록 쌓은 밭담은 제주인의 삶에서 파생된 생활문화이자 세계적으로도 보존 가치를 인정받은 문화유산이다.

입에서 입으로, 또 ‘굿’으로 이어져 온 제주 신화는 원형 그 자체만으로도 보존 가치가 충분하지만 스토리텔링 등 제2, 제3의 변환을 거쳐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재창조할 수 있는 제주 고유의 문화유산이다.

특히 제주 신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다양한 ‘여신’이 출현한다는 점에서 제주해녀와 함께 예부터 가정경제와 지역경제를 이끌어 온 ‘제주여성’의 강인함과 도전정신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으로 조명 받고 있다.

지역의 언어는 해당 지역 사람들의 삶과 인식, 생활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특히 제주어는 중앙 기관에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할 만큼 고유의 특징과 제주정신, 제주문화를 함축하고 있다. 

▲제주 미래 이끌 문화 자원 만들자

제주의 문화자원은 모두 제주의 역사이자 제주인의 정체성이고, 제주를 상징할 수 있는 가장 지역적인 요소다.

제주인의 삶과 정신이 배어있는 문화자원들이 제주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세대와 세대를 거쳐 전승되고,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지역사회에 정체성과 지속성을 부여하는 등 유네스코가 인류무형무화유산에 대해 정의한 ‘전통 문화인 동시에 살아있는 문화’와 부합하기 때문이다.

제주의 문화자원이 제주의 미래를 이끌 성장 동력으로 역할하기 위해서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제주 도민들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문순덕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제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것이 미래의 문화유산으로 이어지는 첫 단추다. ‘내 것’에 대한 자긍심이 자신감으로 이어질 때 가장 제주적인 문화유산이 더욱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이 바탕 위에 행정당국의 정책적 지원과 학자들의 지속적인 연구, 민간에서의 보존·활용 노력들이 더해져야만 지속적인 전승은 물론 미래 제주를 이끌 핵심 자원으로 역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 문순덕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제주의 생활문화 ‘미래 제주의 자산’ 인식 전환 우선”

문순덕 책임연구원
문순덕 책임연구원

“기능을 잃어가는 제주의 생활문화를 미래 제주를 이끌 동력으로 끌어가기 위해서는 ‘보존해야 할 가치’로의 인식 전환이 우선입니다.”

제주 신화의 산실인 본향당, 제주해녀문화, 밭담·돌하르방·불턱 등으로 대표되는 돌 문화 등은 옛 제주인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활자원이지만 현재는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대해 문순덕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부분의 제주 신화는 무속 신화다. 무속 신화는 마을 본향당에서 벌어지는 굿판을 통해 전승돼왔다”며 “옛 제주인에게 본향당은 지금의 성당이나 교회, 절과 같은 성소(聖所)였다. 현대에 이르러 해녀나 어부, 마을 주민 등 신자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많은 본향당이 폐당되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어 “제주해녀는 젊은 층의 유입이 많지 않아 직업으로서는 단종 위기에 놓여있다. 돌 문화 역시 개발로 훼손되는 등 현대에 이르러 기능을 잃어가면서 소멸 위기에 놓여있다”며 “그러나 기능적 측면에서 벗어나 역사적, 문화적으로 가치가 높은, 즉 ‘지켜나가야 할 문화자원’으로 인식을 전환한다면 제주 생활문화는 미래 제주를 이끌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책임연구원은 “마을마다 산재해 있는 생활문화는 마을 주민들이 가장 잘 안다. 마을 주민들의 삶에서 파생된 생활문화를 발굴하고 후대에 계승하기 위한 노력이 각 자생단체 등 마을 주민들로부터 시작돼야 하는 이유”라며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마을 만들기 사업에 고유의 생활문화를 보존·활용하도록 녹여낸다면 제주의 생활문화는 미래 제주의 커다란 자산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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