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포기 모르는 불굴의 DNA...후세 물려줄 소중한 유산
[창간] 포기 모르는 불굴의 DNA...후세 물려줄 소중한 유산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9.09.30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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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미래 가치 재창조 1) 제주 & 제주인
그래픽=이현충 기자 lhc@jejuilbo.net

제주인의 뿌리정신은 뭘까. 시대를 뛰어넘는 제주인의 혼은 뭘까.

바다로 둘러싸인 고립과 아름답기 이전에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태어난 제주인에게 개척과 도전은 삶을 위한 정신적 무기였다. 근면과 성실은 운명적으로 체화될 수밖에 없었다.

제주인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삶의 지혜를 모아 독창적인 생활문화로 승화했다.

수눌음조냥정신 등 선조들의 정신 근간은 시간의 물결을 타고 도도히 후대로 이어졌다.

실제 본지가 기획한 인물 발굴 프로젝트 ‘2019 제주&제주인을 만날 때마다 성공스토리에 따라 결은 다르되 공통의 정신적 키워드가 관찰된다.

이들의 정신세계의 공통분모가 바로 제주인의 DNA 아닐까.

제주인 유전자는 글로벌시대 제주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소중한 공동체적 유산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갈등의 섬으로 변한 제주를 구원할 원천의 도구 역시 제주인의 정신일 것이다.

키워드는 불굴강인함끈기유대감

한글서예의 대가인 한곬 현병찬 선생(80)은 불굴의 의지를 제주인 정신의 요체라고 지적했다.

제주노동요를 한글서예로 즐겨 쓰는 한곬은 제주말씨에 도민 특유의 공동체 정신이 스며있다특히 서민들의 삶에서 자연스레 생겨난 노동요에는 제주정신의 핵심요소가 깃들어있다.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제주자연의 가치를 설파했던 한산(漢山) 부종휴 선생(1926~1980)은 끈기의 상징과도 같다.

생전 한라산에서만 느끼는 묘미와 스릴, 아름다움, 풍부한 식물자원과 관광자원은 다른 산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한산이 한라산 정상만 360회 이상 등정하고 미기록 식물 300여 종을 찾아내 학계에 보고한 업적에서 억센 제주인 DNA의 단면이 읽힌다.

정경화, 사라 장을 잇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김윤희(28)는 제주출신 모친 유소방씨(56)에게서 제주인 정신을 배워 익히고 있다. 김윤희는 엄마가 늘 당당해야 한다’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며 제주여성의 강인함을 얘기하셨다행동이나 말을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 등 삶의 태도 같은 것을 엄마를 통해 배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인 특유의 강인함의 계승이다.

나라 곳간을 책임져온 예산전문가인 문성유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55)제주청년들이 더 많은 경험과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싶다. 청년들의 미래가 제주의 미래라고 말했다.

고향 후배들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에서 제주인 정신을 지탱하는 연대의식이 묻어난다.

공동체의식에서 발원한 자강자립

제주인 정신은 자강과 자립, 즉 자존(自尊)과 자존(自存)의 결합으로 압축된다.

역사적으로 탐라국 1000년 간 탐라인은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해양문화의 토대와 외부인과 어울리는 포용성을 바탕으로 삶을 개척하는 자강정신을 구축했다. 이를 박찬식 전 제주학연구센터장은 자존(自尊)으로 함축했다. ‘높일 존자를 쓴 것이다.

그러다 고려조선시대에 독립국가에서 지방이 되면서 제주인의 자존은 자존(自存)으로 바뀌었다. 박 전 센터장은 탐라국 이후 1000년간 제주는 육지사람에게 바칠 말을 키우는 공간이자 유배의 섬이었다제주인에게 생존, 즉 존재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수눌음과 조냥정신도 결국 외부와 차단된 환경에서 삶을 버텨내기 위해 필연적으로 갖춰야 했던 정신적 요소였다. 근면근로의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토인비가 설파했던 도전(挑戰)에 대한 응전(應戰)’도 제주인의 정신세계를 관통해 왔다. 짧게는 43의 본질만 해도 제주인의 외부에 대한 저항의식의 연속이다.

201643학술대회 당시 고희범 전 제주4·3범국민위원회 공동대표(현 제주시장)“4·3은 강력한 외부의 도전이었고 제주 섬 공동체는 응전할 수밖에 없었다. 외부 권력이 빨갱이로 몰아 대량 학살하는 데 맞서 도민들이 공동체를 지켜내려 했던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해석했다.

제주인의 결속과 연대감은 그 만큼 끈끈하다.

제주학연구센터가 2016년 재외 제주인 네트워크 공동체의식을 조사한 결과 83.8%제주사람끼리 언제 어디서 만나도 반갑고 친하게 지낸다고 응답했다. 73.3%제주 출신이란 점을 자랑스러워한다고 답했다.

 

"공동체정신 지속인적 네트워크 구심점 기대"

세계로 삶의 무대를 넓힌 제주인들이 한데 뭉친다.

2019 세계제주인대회가 제주특별자치도 주최세계제주인대회조직위원회(공동위원장 김대형김창희) 주관으로 1012~14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를 비롯한 제주 일원에서 열린다.

대회 둘째 날 세계 각국에 정착한 제주인의 정체성 지속을 논하는 제주아일랜드 디아스포라 포럼이 열리는 등 제주인 인적 네트워크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주인 공동체 정신의 지속과 공동 책무를 강화하는 연대의식 확산의 장이 될 전망이다.

현재 재외 제주인은 해외 12만명과 도외 53만명 등 65만명이다. 그런데 재외 제주인 1세들이 고령화되고 2~3세는 정체성과 정서적 유대감이 약화되면서 교류 강화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과거 재외 제주인 1세들은 고향의 상수도전기전화 가설, 도로 확포장, 학교마을회관 건립, 교량 건설을 적극 지원했다. 제주발전의 토대가 된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절대적 역할을 했다.

1960~2000년 재외 제주인의 지역사회 기증 실적만 해도 270억원을 훌쩍 넘는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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