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법정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고 “후회한다. 참담하다”면서도 “카레에 졸피뎀을 넣지 않았다”며 기존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제201호 법정에서 살인 및 사체손괴,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을 상대로 4차 공판을 진행했다.
고유정은 모두진술을 통해 교도소에서 자신의 심경을 적은 A4용지 8장을 읽어 내려갔다.
고유정은 울먹이며 “사건 이후 매일 후회한다. 그(피해자)와 그의 가족에게 죄송하다. 슬픔을 안겨드려 죄송할 뿐”이라며 “아이를 먹일 수도 없고 목소리조차 듣지 못하는 현실에 가슴이 찢어진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이 얘기를 하는 순간 고유정은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고유정은 “마트에서 구매한 물품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들이며, 카레에 졸피뎀을 넣지 않았다”며 “현 남편은 제가 복용하던 졸피뎀을 버리고 새 것을 경찰에 가져다 줬다”고 주장했다. 또 “뉴스를 보면 일상적으로 했던 행동이 중계되는 게 너무 무섭다. 사실과 달리 과장‧추측된 부분이 아닌 제가 저지른 행동에 정당한 죄(값)를 치르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유정은 “차가운 창살 속에 갇힌 비참한 모습에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면 아무런 진실을 밝힐 수 없기 때문에 버텨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해 악몽 속에 사는 참담한 심정이다. 지난 5월 25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마트 주차장에서 헤어지지 못한 걸 후회한다”며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며 아빠엄마 없이 살아가야 할 아이에게 정말 미안하다. 그때 참았어야 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 3차 공판 당시 고유정의 변호인은 고씨의 진술내용을 읽을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변호인이 작성한 의견서가 아닌 고유정이 직접 수기로 자신의 심경을 작성해 오면 다음 재판에서 모두진술 할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