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산 배경삼아 책과 소통하는 '문화 사랑방'
산방산 배경삼아 책과 소통하는 '문화 사랑방'
  • 김나영 기자
  • 승인 2019.09.26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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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탐방(12) 서귀포시 안덕면편
도내 1.5세대 동네책방 '그림책방 노란우산'
지역 주민 밀착형 동네책방 '어떤 바람'
로컬 콘텐츠 저장소 '사계생활'

산방산을 배경으로 끝없이 펼쳐진 돌담길과 시골집이 아름다운 서귀포시 안덕면. 이곳을 따라 문화 사랑방 역할을 꿈꾸는 자그마한 동네책방들이 생겨나고 있다.

도내 동네책방 1.5세대로 통하는 그림책 전문 서점 ‘그림책방 노란우산’은 독자에게 쉽지만 큰 감동을 주는 그림책의 매력을 나누고자 오픈했다.

지역주민과 밀착한 문화공간을 꾸려가는 책방 ‘어떤 바람’은 사계리 주민과 이들의 삶터를 스케치 해나가고 있다.

리얼제주매거진 인(iiin)을 비롯, 각종 로컬(local) 콘텐츠를 제작‧판매하는 ‘사계생활’은 옛 은행 건물을 개조해 마을 여행자들의 쉼터를 꾸렸다.

이들 책방은 조용하고 아날로그적인 매력에 빠져드는 ‘동네책방 투어’라는 이색 관광형태를 제안하고 있다.
 
#그림책방 노란우산

그림책 노란우산 공동대표 김종원씨(좌)와 이진씨

“그림책이 가진 풍부하고 강렬한 힘을 믿습니다. 그림과 소리, 향기 등 다양한 요소를 접목할 수 있고, 아이와 어른 모두의 정서 함양과 의식 변화에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전 세대가 그림책을 통해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는 부부가 그림책 전문 서점을 꾸렸다.

그림책방 노란우산(공동대표 이진‧김종원)은 2016년 8월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에 자리 잡은 도내 1.5세대 동네책방으로, 지난해 12월에는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에 2호점을 냈다.

섬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아내 이씨의 추억과 아이들을 작은 시골학교에 보내고 싶어 제주로 이주해온 이들 부부는 마치 나무가 자라나 천천히 열매를 맺고 씨앗이 확산되듯, 책방을 통해 그림책이 가진 선한 영향의 확산을 꾀한다.

남편 김씨가 나무의 형상을 따라 제작한 서가에는 국내 그림책 작가를 다수 배출한 보림출판사 책 등 예술성과 작품성을 갖춘 국내‧외 그림책 300~400종 가량이 채워져 있다.

페이퍼커팅북과 실크스크린 북 등 이색 도서도 만날 수 있다. 김씨가 만드는 커피와 다과류, 이씨 자매가 제작한 수제 바느질‧뜨개질 작품도 판매하고 있다.

공간 활성화를 위해 책방은 ▲그림책 심리학 모임 ▲팝업북 만들기 ▲그림책 접목 음악공연 ▲작가와의 만남 등을 열고 있다. 최근 예정된 행사로 다음 달 12일 오전 11시 책방에서 열리는 김지연 작가의 그림책 강연 및 워크숍(판화 체험) 등이 있다.

주소=서귀포시 안덕면 녹차분재로 32.

그림책방 노란우산 서가
그림책방 노란우산 서가

 

#어떤 바람

책방 어떤바람 대표 김세희씨

“지역주민 등 책방을 찾은 모두가 문화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되는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

책방 어떤바람(대표 김세희)은 지난해 4월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의 옛 구멍가게를 개조해 오픈했다.

외부를 보면 노란색 건물 옆 벽면의 넝쿨과 돌담이 인상적이다. 내부는 옛 목재로 만들어진 창살과 크고 작은 창문 등 옛 점방을 연상케 하는 흔적을 살려 고풍스러운 멋을 더했다.

여행 애호가로 올레길을 걷다 사계리 돌담길에 반해 가족과 함께 제주에 정착한 김 대표에 따르면 그가 아이와 들렀던 도내 서점들이 문제집 위주였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껴 책방 문을 열게 됐다.

서가에는 김 대표의 취향이 반영된 제주, 생태, 여성, 교육, 사회, 대안적 삶 등의 서적들이 비치돼 있다. 소설과 산문 등 대중적 문학 서적도 있다.

안쪽 방 서가에는 독서뿐 아니라 주민과 손님이 참여하는 각종 독서모임과 만들기, 체험 등이 이뤄지고 있다.

책방의 특징은 지역 밀착형 문화 프로그램 운영으로 손님 절반가량이 지역주민들로 채워진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마을에서 작은 재주를 가진 주민이 있다면 이를 중심으로 모임을 연다거나, 주민들을 중심으로 드로잉 클래스 참여자를 모집, 초청 작가와 함께 이들이 살아온 사계리 풍경을 스케치하고 전시하는 등 주민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주민들과 진행한 사계리 풍경 스케치 결과물은 다음 달 책방에서 선봰다.

이와 더불어 다음 달 15~26일 압화로 그림 작업을 하는 백은하 작가의 그림책 ‘꽃잎 아파트’ 원화전이 열린다.

이중 19일에는 제주를 찾는 작가와 북토크 및 압화 그리기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주소=서귀포시 안덕면 산방로 374.

책방 어떤 바람 서재
책방 어떤 바람 서재

#사계생활

사계생활 서가

리얼제주매거진 인(iiin)과 아는동네 매거진 등 제주 고유 매력을 담아낸 발간물을 만드는 도내 콘텐츠 기업들의 협업으로 재탄생한 문화공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콘텐츠그룹 재주상회(대표 고선영)와 도시 콘첸츠 전문 기업 어반플레이(대표 홍주석)는 지난해 11월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자리 잡고 제주다운 책과 잡지, 콘텐츠를 판매해오고 있다.

산방산과 인접한 이 공간은 1996년부터 20년 이상 은행 건물로 쓰이다가 2017년 은행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공간이 비게 되자 재주상회와 어반플레이가 이를 개조해 마을 여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서가에는 개성 있는 두 콘텐츠 기업이 발행한 서적들이 주로 비치돼 지역 정체성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이들의 정체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와 더불어 ‘문학을 전시하자’는 개념으로 시작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로, 중고책방에서 산 세계 문학 작품에 일러스트레이터 문신기 작가가 표지를 새로 해석하고 디자인해 하나의 작품처럼 디자인해 소장 가치를 높이는 ‘북앤드로잉’ 시리즈물도 전시하고 있다.

또 이들은 공간 활성화를 위해 26일부터 리얼제주매거진 인(iiin)의 올해 가을호에 나온 주요 코너로 이뤄진 전시 ‘제주 온 더 테이블’을 열고 있다.

주소=서귀포시 안덕면 산방로 380.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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