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부론(民富論)과 국부론(國富論)
민부론(民富論)과 국부론(國富論)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9.09.2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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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뜨겁게 달궈졌던 대한민국 정치권에 갑자기 18세기 영국의 도덕철학자이자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애담 스미스(Adam Smith)의 이름이 등장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2일 현 정부의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론)’과 대척점에 선 ‘민부론(民富論)’이란 경제 구상을 발표했다. 민부론이란 단어는 당연히 애덤 스미스의 고전 ‘국부론(國富論)’을 떠올리게 했으며 애덤 스미스가 21세기 대한민국으로 소환됐다.

기자의 개인적 시각에서 민부론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큰 정부’ 대신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증세 대신 감세로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즉 국가주도경제를 민간주도경제로 전환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친(親) 노동정책도 수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애덤 스미스는 1776년 발간한 ‘국가의 부(富)의 성질과 원인에 관한 고찰(考察)’(이른 바 국부론)에서 “각 개인이 자기 지위를 향상하고자 하는 ‘이기심’에 따라 행동하면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에 이끌려 자신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목적(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진시키게 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그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이 등장하고 이 단어는 243년이 지난 지금도 ‘자유로운 시장경제’을 대표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애덤 스미스를 시장에 대한 어떠한 개입도 거부하는 자유방임주의자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는 자유를 억누르고 횡포를 부리는 거대한 독점에 대해 ‘비열한 독점의 정신’ 등의 표현을 써가며 경멸적 태도를 보였다.

특히 그는 “어떠한 사회라도 그 구성원의 대다수가 가난하고 비참한 사회는 결코 번영하고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라고 말하면서 오직 이윤만을 노리는 기업가들의 탐욕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런 태도는 개인의 이기심에 의한 행동을 옹호하고 자유무역에 찬성하는 그의 입장과 사뭇 대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스미스가 말한 ‘이기심’이 현대의 우리가 생각하는 무절제하고 파괴적인 탐욕의 표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애덤 스미스의 이기심은 구체적으로 부지런함, 신중함, 절약, 조심스러운 태도로 표현되며 정의로운 법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토대로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이기심이다.

이런 점 때문에 그는 당시에 이미 고용주와의 갈등과 대립이 나타나기 시작한 노동자들의 생활처지에 대해 어느 정도 동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애덤 스미스의 기대와 달리 현대의 자본주의는 독점의 팽배, 사실 상 ‘구성원 대다수가 가난하고 비참한 사회’, 사회 전체에 대한 배려와 공감을 무시한 채 자신만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가들의 탐욕 등으로 대표되는 ‘천민 자본주의’로 변질됐다.

애덤 스미스가 주장했던 자유시장이 왜곡된 자본주의의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양극화에 대한 비판은‘20대 80의 사회’를 넘어 ‘1대 99의 사회’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1997년 IMF 사태 이후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규모와 속도로 진행된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미래를 책임져야 할 청년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과연 무엇일까. 과연 황 대표가 민부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민간주도의 자유시장경제에서 경제성장의 과실이 개인과 가계에 우선적으로 귀속될까. 이전 정부에서도 이런 정책을 추진했는데 왜 대다수 국민들은 그 과실을 얻지 못 했을까.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 제1편 제11장 ‘결론’에서 “상업이나 제조업의 모든 부문에서 상인들이 제안하는 모든 새로운 법률이나 규제는 항상 경계심을 갖고(…중략…) 강한 의구심을 갖고 오랫동안 면밀히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라고 주장했다.

애덤 스미스는 250여 년 전에 무슨 생각으로 이런 결론을 내렸을까.

일부 국민이 아닌 대다수 국민에게 과실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치권과 우리 사회가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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