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사색, 10월의 노래를 생각해본다
낭만의 사색, 10월의 노래를 생각해본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9.2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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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 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논설위원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왔다.
낭만이 있고 추억이 있는 계절이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이다.
생각해보면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다. 하여 연인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사람들은 계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4계절 중 가을에는 더욱 그렇다.
곧 10월이다.
가장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 노래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대표적으로 ‘잊혀진 계절’을 꼽을 수 있겠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시월의 마지막 밤을/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그대의 진실인가요/한마디 변명도 못하고/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1982년 발표했으니 올해로 37년째이다. 노래는 발표하자마자 크게 히트 쳤다. 지금도 10월만 되면 중장년층은 물론, 20대 젊은이들까지 한 번쯤 떠올릴 만큼 추억 노래로 여전히 애창된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는 이용(63)이다.
그랬다. 가수 이용은 ‘10월의 가수’로 혜성같이 등장했고 지금도 그렇게 통한다. 매년 10월이면 여기저기에서 출연 요청을 받는다. 가장 바쁘게 움직인다. 라디오 등에서도 가장 많이 선곡되면서 전파를 탄다. 감수성이 절절한 가사 내용과 특유의 가창력 있는 목소리가 10월과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을 선사한다. 이 노래는 우리나라 대중가요 사상 최초로 레코드 판매 100만장을 돌파했다. 나훈아와 패티김 등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했다.   
최근 가을바람이 솔솔 부는 날 공원에서 그를 만났다.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가을 햇살이 따사로웠다. 운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공원 벤치에서 사색에 잠긴 사람들도 더러 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 아줌마, 젊은 연인들도 그를 알아본다. 벤치에 같이 앉으면서 “10월은 이용의 달이라 많이 바쁘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1년 중 가장 바쁜 달입니다. 옛날에는 헬기를 임대해 하루에 제주, 부산, 다시 서울에서 공연 일정을 소화한 적도 있어요. 10월은 1년 중 출연료를 가장 많이 받는 달이기도 합니다.” 
왜 ‘잊혀진 계절’이 인기가 있는 것일까. 비결을 물었다.
답이 돌아온다. “10월은 더웠다가 시원해지는 계절이다. 단풍과 낙엽을 연상하게 하는데 그 밤이 왠지 쓸쓸해지기도 한다. 연인끼리 만남도 있지만 헤어지는 경우도 많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잊혀진 계절’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 곡의 노랫말은 시인이자 작사가인 고(故) 박건호씨가 자신의 실제 이별 경험담을 풀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낙엽과 함께 ‘그날의 진실했던 표정이 진실인가요~’라고 하면서.
이 노래를 소재로 1984년에 제작된 영화 ‘잊혀진 계절’에 이씨가 직접 출연해 전국적으로 개봉, 60만 관객을 동원했다.
원래 ‘잊혀진 계절’은 조영남씨가 부르기로 했으나 바쁜 일정으로 약속이 틀어지는 바람에 이씨가 불렀다.
이씨는 이 노래로 1980년대 초반 조용필을 능가할 만큼 최고의 인기 가도를 달린다. 1982년 MBC 10대 가수 가요제 최고 인기상을 시작으로 그해부터 3년 동안 MBC 10대 가수상을 계속 수상했다. 또한 1982~1983년 역시 3년 내리 KBS 가요대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1982년 동아일보 ‘올해의 인물’ 선정, 1983년 주한 외신기자 선정 ‘올해의 가수상’ 등을 수상했다.
그동안 평양, 금강산, 개성 등 북한공연을 여섯 차례나 다녀오면서 북한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가수 최백호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에 보면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라는 대목이 있다.
어느 시인은 ‘가을은 사색의 계절인데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자연이 숨 쉬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 가을바람에 멋진 낭만의 사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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