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박경리 작가의 발자취를 밟다
‘토지’ 박경리 작가의 발자취를 밟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9.23 1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승원(아라중) 명예기자 - 박경리 기념관 탐방기

작가에게 끊임없이 영감 준 통영
기념관 속 묘소 가는 길 정원 인상적
느긋하게 보내는 여유로운 삶 다짐
통영에 있는 박경리 기념관 내부 전경.
통영에 있는 박경리 기념관 내부 전경.

지난달 20일 통영에 있는 박경리(1926~2008)’ 기념관에 갔다. 이 기념관은 박경리 작가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제공한 고향 통영을 소개함으로써 작가의 문학세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건립됐다고 한다. 그동안 박경리라는 작가를 모르고 있었는데 기념관 건립 이유를 듣고 기대를 갖게 됐다.

기념관의 시작을 알리는 박경리작가의 연보를 보니 참 힘겹게 살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당시 작가가 살았던 통영도 힘겨웠던 시절이었고, 남편과 이혼한 박경리는 혼자 딸을 키워야 했다고 한다. 그 때 나이가 꽃다운 청춘인 만 24세였다. 지금 시대의 청년들은 청춘을 누리며 살고 있지만 박경리는 청춘을 누리지 못 하고 시간을 보내 버린 것이다. 나는 그런 게 참 안타깝게 느껴졌다.

기념관에는 박경리의 대표작 토지에 대한 작품 전시와 설명이 있었다. 이 책은 땅에 대해서 주구장창 소개된 내용인줄 알아서 절대 안 읽어야지하고 생각했다. 근데 알고 보니 우리나라의 토지에서 있었던 일을 정리한 책이었다. 거기에다 내가 그저 별로라고 생각했던 책은 알고 보니 국외로도 번역돼 팔리는 책이었다.

이 같은 설명들을 읽고 나서 토지라는 책을 한 번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토지가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계속 박경리작가의 연보에도 가장 많이 나오고 전 세계로 팔려 나갔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이어 소개된 또 다른 책은 김약국의 딸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기념관에서 너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 아쉬웠다. 이 작품이 통영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그런 것 같은데, 한정된 공간 속에서 더 많은 작품들을 소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기념관을 다 둘러보고 나오면 박경리작가의 동상과 뒤뜰이 나온다. 여기도 잘 꾸몄는데, 최고의 베스트는 박경리 작가의 묘소 가는 길에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글에 둘러싸인 곳에서 빠져 나와 정원에 오니까 갇혀있던 속이 뻥 뚫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쉬운 점은 방문객들 대부분이 기념관만 들리고 묘소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정원에 갔을 때 첫 번째 손님이라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정원사들을 보며 그동안 방문객이 얼마나 없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 통영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박경리 작가의 묘소를 꼭 방문하길 바란다.

정원을 지나고 묘소를 가기 위해 계속 걷다보면 박경리작가의 글이 써진 돌들을 볼 수 있다. 이 돌들은 그저 빨리 가지 말고 느긋하게 글들을 읽어보며 가라는 뜻 같았다. 돌들에 써져 있는 글귀들은 하나같이 마음을 두들겼다. 그 중에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라는 글이 진짜 가슴에 와 닿았던 거 같다. 뭔가 가슴이 따뜻해지고 뭉클해졌다.

이렇게 감상을 하며 가다 보니까 어느 새 묘소에 도착했다. 묘소는 정말 아름다웠다. 산 정상에서 보는 통영이란 평화롭고, 아름답고, 따뜻하고, 어찌 보면 느긋해 보였다. ‘박경리작가는 이래서 통영을 좋아한 걸까?

솔직히 뭐든 빠르게 하라는 대한민국의 사회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느긋하게 글 하나하나 읽어가며 여유롭게 보냈다. 내가 만약 빨리 갔었다면 글도 대충 읽고 돌들의 존재도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빨리 사는 삶은 시간 속에 갇힌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박경리기념관에 감사하고 꼭 박경리작가의 책들을 한 번 읽겠다고 다짐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