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지역 중심 가을장마-태풍 '링링' 이어 침수 피해, 농가 망연자실
한천 등 범람위기로 초긴장...3300여 가구 정전, 펌프장도 가동 중단
항공편 결항에 여객선도 전면 운항 중단...각종 행사-이벤트 등 취소
과연 가을태풍의 위력은 강력했다.
2주 전 ‘링링’에 이어 가을태풍 ‘타파’가 제주를 강타해 막대한 생채기를 남겼다.
22일 제주특별자치도재난안전대책본부와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제17호 태풍 ‘타파’는 순간 최대풍속 초속 20~35m의 강한 바람으로 제주를 할퀴고 시간당 20~30㎜의 폭우를 뿌렸다.
순간 최대풍속은 초속 40.6m까지 관측됐고 산간지역 강우량은 700㎜에 육박했다.
지난 21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태풍 ‘타파’로 인한 재산피해 신고만 242건이 접수돼 안전조치가 취해졌고 인명구조 2건(4명)도 이뤄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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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링’은 바람이 강했던 데 반해 ‘타파’는 폭우와 강풍을 동반해 물적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시 화북동 삼화LH아파트 입구 신호등이 강풍에 부러졌고, 제주시 건입동과 조천읍 등에서도 전신주가 기울었다. 서귀포시 서호동 한 주택의 태양광 패널이 파손됐고, 하원동과 동홍동에서 나무가 쓰러졌다. 화북포구와 신양항에 정박됐던 레저보트도 각 1척이 전복됐다.
서귀포시 법환동과 서귀동에서는 강풍으로 주택 지붕이 내려앉거나 유리창이 파손됐다.
물폭탄으로 농경지와 주택, 도로, 차량 등도 침수됐다. 제주대 사거리 한북로 방향 일부 차선과 부민장례식장 남측 오등동 방향 진입로, 방선문 계곡 출입구 등 일부 도로는 통제됐다.
농경지는 제주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상당수가 물에 잠겼다. 농가들은 가을장마와 태풍 ‘링링’에 농작물이 침수된 후 복구도 하기 전에 연쇄 피해를 당하면서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정전 피해도 발생했다. 제주시 한림읍과 서귀포시 대정읍‧표선면‧안덕면‧색달동·호근동 일대에서 3335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842가구는 정전 복구가 완료됐다.
정전으로 표선2리와 태흥리 하수펌프장 가동도 중단됐다.
단수 피해도 제주시 건입동 등에서 4건이 발생해 응급복구가 이뤄졌다.
태풍 ‘타파’가 한라산에 물폭탄을 뿌린 결과 제주시를 관통하는 주요 하천들은 범람 위기에 처했다. 그 중 2007년과 2016년 가을태풍 ‘나리’와 ‘차바’가 내습할 당시 범람했던 한천교는 한때 수위가 범람 위험높이에 2.3m까지 근접하면서 재난당국 관계자들을 초긴장시켰다.
하늘길‧바닷길도 끊겼다. 22일 오전 6시30분 제주발 김포행 아시아나항공 OZ8900편을 시작으로 오후 6시 기준 391편(출발 196‧도착 195)의 운항이 취소됐다. 이날 운항 예정 항공편은 총 478편(출발 239‧도착 239)으로 이후 기상상황에 따라 결항편은 더 늘어나고 있다.
여객선도 제주~우수영·목포·녹동·완도·부산 등 8개 항로 14척의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전날인 21일에도 항공편 33편이 결항했다.
한편 태풍 ‘타파’의 내습으로 주말에 예정됐던 각종 행사와 이벤트가 무더기로 취소됐다.
김현종·정용기·문유미 기자 tazan@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