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근대 민족의식으로 일제 수탈 저항”
“제주해녀, 근대 민족의식으로 일제 수탈 저항”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09.22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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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제주학연구센터 20일 ‘제주어업 보존·발전 포럼’
박찬식 전 센터장 제주해녀 위상 주제로 기조연설
제주도가 주최하고 제주학연구센터가 주관한 ‘제주어업 보존·발전 포럼 및 전국해녀교류행사’가 해녀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메종글래드 제주호텔에서 개최됐다.
제주도가 주최하고 제주학연구센터가 주관한 ‘제주어업 보존·발전 포럼 및 전국해녀교류행사’가 해녀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메종글래드 제주호텔에서 개최됐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굴곡진 제주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정립된 제주해녀의 위상이 해녀의 날을 앞두고 조명됐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학연구센터가 주관한 ‘제주어업 보존·발전 포럼 및 전국해녀교류행사’가 해녀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메종글래드 제주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박찬식 전 제주학연구센터장은 제주해녀와 전국 각지의 출가해녀들 앞에서 제주해녀의 위상을 제주근대사의 흐름 속에서 짚어냈다.

박 전 센터장은 “제주해녀는 척박한 제주 땅을 일궈 밭을 가꿨듯이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바다밭을 일궜다. 육지와 바다를 오가며 억척스럽게 집안 살림을 갈무리 해 온 제주해녀는 강인한 여성성을 상징한다”며 “특히 남성과 더불어 사회경제와 가정경제의 주체적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제주해녀는 양성평등의 모범이다”고 강조했다.

박 전 센터장에 따르면 제주의 근대는 정치적으로는 중앙의 예속에서 해방돼 자치의 기회를 맞이한 시기다. 또 사회적으로는 형평 사회·자치공동체 사회를 일궜으며, 경제적으로는 출륙금지령과 진상제도가 사라지면서 문호가 개방되고 제주해녀의 출가물질이 시작된 때다.

개항 이후 제주는 일본에게 한반도 어장 침투의 최고 요충지로 인식되면서 숱하게 침탈당했고, 이에 대한 제주해녀들의 불만은 일제강점기에 극에 달해 해녀투쟁으로 이어졌다.

해녀투쟁의 원인이 된 제주도해녀어업조합은 출가 해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1920년에 창립됐다.

박 전 센터장은 “1876년 개항 이래 일본 어민들의 제주 어장 수탈이 지속되면서 어획량이 부쩍 줄었다. 여기에 출륙금지령 해제로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1887년부터 제주해녀의 출가 물질이 본격화됐다”며 “물질이 전문 직업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출가 해녀들이 해당 지방 어민과의 분쟁, 가격 사기 등의 피해로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되자 제주도 유지들은 출가해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1920년 ‘제주도해녀어업조합’을 창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주도해녀어업조합은 1920년 후반 이후 조합장인 일본인 제주도사가 해조회사와 일본인 상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어용화됐다.

박 전 센터장은 “소수의 일본인 상인이나 조선인 중간상인과 결탁해 제주해녀들의 자유로운 판매를 금지하고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정가격을 매겨 수탈했다”며 “결국 1932년 구좌·성산 지역을 중심으로 해녀투쟁이 발발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당시 해녀항일운동에 나선 제주해녀들은 야학과 근대적인 민족 교육, 농민독본·노동독본 등의 계몽서를 배우면서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 삼던 ‘물질’ 노동의 가치를 새로 자각했다.

김옥련, 부춘화, 부덕량, 고차동(순효), 김계석 등을 중심으로 항일투쟁에 나선 제주해녀들은 일제강점기 당시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여성 대중의 항일운동으로서 한국사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 박 전 센터장은 강조했다.

박 전 센터장은 “아직도 고차동(순효)·김계석 해녀 등은 독립유공자로 선정되지 못하고 있다. 추가적인 해녀투쟁 사료 수집 등 다양한 기념사업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다”며 “제주해녀는 조선시대 국가의 예속에서 벗어나 근대 이후 돈벌이를 위해 출가 노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전문직 여성으로서 일제의 식민지적 수탈에 저항하는 근대 민족의식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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