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불교국가 황제들이 잠든 ‘동방의 피라미드’
찬란했던 불교국가 황제들이 잠든 ‘동방의 피라미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9.1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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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중국 서부 닝샤-깐수-칭하이를 가다(2)
-이슬람과 티벳탄들의 삶의 현장 서하왕릉
‘동방의 피라미드’라고 불리는 서하왕릉의 능탑. 웅장하면서도 독특한 건축양식을 보여주고 있으나 오랜 세월 모진 바람에 깎여 마치 거대한 흙무더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동방의 피라미드’라고 불리는 서하왕릉의 능탑. 웅장하면서도 독특한 건축양식을 보여주고 있으나 오랜 세월 모진 바람에 깎여 마치 거대한 흙무더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햇볕이 얼마나 따가운지 조금 빨리 걸었더니 벌써 목이 타기 시작합니다. 멀리 서하왕릉(西夏王陵)에는 설명을 안 듣고 먼저 간 사람들이 보여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그냥 둘러보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 사진을 찍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 서둘렀더니 온 몸이 땀범벅입니다.

입구에 거대한 얼굴 형상의 조각이 세워졌고 그 너머에 흙벽돌로 쌓아 올린 왕릉들이 있습니다.

우선 전체 모습을 촬영한 후 벽돌로 둘러 쌓아있는 성벽을 돌아보며 무너진 성벽 위에 올라 서 보니 벽돌로 쌓았던 왕릉들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비바람에 깎였는지 마치 흙더미로 쌓아 올린 것처럼 보입니다. 그나마 이 지역은 건조한 지대여서 지금껏 저 왕릉들이 보존된 것처럼 보입니다.

서하왕국은 과거 비단길을 통한 동서 교역을 매개하며 무역 이익을 독점해 크게 세력을 넓혔답니다. 당시 송()나라와 활발히 교역하며 농경과 유목, 한족(漢族)문화와 탕구트(Tangut) 고유문화가 결합한 수준 높은 문화를 발전시켰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닝샤회족자치구(寧夏回族自治區)의 은천(銀川) 서쪽 30거리에 있는 허란산(賀蘭山) 기슭에서 발견된 서하 시기의 역대 제왕 능묘로, 능구의 남북 길이는 10, 동서 너비는 4입니다. 지세에 따라 9개의 제왕릉에는 9개의 황제릉을 포함해 250여 개의 묘지가 분포해 있는데 지금 보고 있는 왕릉은 그 중 일부입니다.

서하왕릉은 규모가 방대해 중국 국가 중점국가명승지로 지정·보호되고 있으며 몇 년 전 몇 개의 왕릉을 발굴했는데 서하문화의 특징을 알려주는 수 많은 귀중한 유물과 부장물이 출토됐다고 합니다.

입구에 있는 박물관에는 그 때 발굴된 유물 중 일부를 전시하고 있는데 이 유물들을 보면 옛 서하왕국의 찬란했던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서하왕릉의 능탑(陵塔)동방의 피라미드라고 불릴 정도로 웅장하면서도 독특한 건축양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하왕릉 발굴 당시 출토된 유물들.
서하왕릉 발굴 당시 출토된 유물들.

지금은 회족자치구지만, 서하는 원래 불교가 발달해 카라호토(黑水城·Kara Khoto)와 돈황(燉煌) 일대의 회화와 탑 등의 불교 미술 작품들을 남겼을 정도였고 불교를 국교화해 국가에 화상공덕사(和尙功德使), 출가공덕사(出家功德司)라는 관청을 설치했고 각처에 절이나 탑을 세워 불교 경전을 서하어(西夏語)로 번역해 보급했다고 합니다.

이 지역에 있는 어떤 왕릉은 오랜 세월 모진 바람에 깎여 흙벽돌로 쌓은 능이 흙무더기처럼 보이고, 몇 개의 왕릉은 보수를 한 듯 흙으로 빛은 벽돌을 쌓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정사각으로 쌓은 성곽도 허물어져 있고 허물어져 가는 왕릉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의 출입을 막는 철제 보호시설을 해 놓았지만, 옛 화려했던 서하왕국 시대의 왕릉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족의 왕릉이었다면 어떻게 보호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왕릉지대가 너무 방대하니까 조금 허술하게 보호할 수도 있겠지하고 나름대로 이해하며 조금이라도 더 돌아보기 위해 급하게 촬영했으나 멀리서 일행들이 손짓하는 것이 빨리 돌아오라는 것 같습니다.

급하게 돌아다니느라 주변을 제대로 볼 수가 없어 잠시 숨을 고르며 바라보니 멀리 왕릉인 듯한 것이 몇 개 보여서 망원렌즈를 달고 촬영을 시도했지만 열기로 인해 시야가 아른거려서 포기했습니다.

여행을 다닐 때면 언제나 어느 장소에서건 시간에 쫓겨 허둥대게 됩니다. 일행들은 이런 나를 보면서 조금은 미안한 마음을 가집니다. 그래서 차를 타면 어떻게 많이 촬영했나요?” 하고 위로 말을 해 주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하고 머쓱한 표정을 짓고 맙니다.

닝샤회족자치구에는 서하왕릉 외에도 해보탑(海寶塔), 일백공팔탑(一百零八塔), 수미산 석굴(須彌山石窟) 등 여러 유적이 있으나 다 가볼 수는 없고 가는 길에 일백공팔탑이 있어 그 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워낙 넓은 나라여서 변화무쌍한 지대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일백공팔탑으로 가는 넓은 땅은 돌무더기들이 쌓여있는 마치 불모의 땅처럼 보입니다.

이런 곳을 돌고 돌아 올라서니 산기슭에 두 개의 탑이 서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탑처럼 보이지 않지만, 꽤 오래된 탑으로 이 지역이 워낙 건조한 지역이어서 보존이 잘 됐다고 합니다. 탑 두 개만 서 있고 가운데 자그마한 건물이 있는데 사원인지 아니면 관리소인지는 모르겠고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가는 도중 산 절벽 곳곳에 사원과 탑들이 세워진 것을 보니 옛날 서하왕국이 불교국가였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닝샤회족자치구에는 해보탑, 일백공팔탑 등 다양한 불교 유적이 남아있다. 일백공팔탑을 향하는 길에 본 불교양식의 탑들.
닝샤회족자치구에는 해보탑, 일백공팔탑 등 다양한 불교 유적이 남아있다. 일백공팔탑을 향하는 길에 본 불교양식의 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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