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한류 열풍’ 천하의 보물 ‘동의보감’
‘원조 한류 열풍’ 천하의 보물 ‘동의보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9.1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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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東醫寶鑑)

1890년 中 천경당서국 석인본 소장
1724년 日 간행 화본 저본해 뜻깊어
동의보감(東醫寶鑑)(上·下 全2函, 千頃堂書局 1890 石印本).
동의보감(東醫寶鑑)(上·下 全2函, 千頃堂書局 1890 石印本).

헌책방지기로 살다보면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다양한 책들을 만난다. 어떤 건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책이지만 지금을 사는 이들에게는 그저 그런 묵은지밖에 안 되는 걸 수도 있고, 반대로 우리 같은 이들에겐 아무 것도 아닌 걸로 보이지만 그 집안 사람들에게는 아주 의미 있는 책일 수도 있다.

동의보감에 수록된 신형장부도(身形臟腑圖).
동의보감에 수록된 신형장부도(身形臟腑圖).

그래서 항상 어른들이 보시던 오래된 책들을 정리하시겠다는 연락을 받으면, 계속 소장하실 책들을 먼저 정하시라고 말씀드린다. 대부분 정리할 책을 한데 모아놓고 기다리시지만, 때론 그분들 기준으로 아직 괜찮은 책과 그냥 폐기할 책을 구분해 놓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게 그냥 폐기할 책이라고 별거 없다는 책 무더기 속에서 예상 밖의 책을 만나기도 한다.

언젠가 주로 어른들이 보시던 문학서가 많다는 댁엘 방문했는데, 먼지가 많이 쌓인 책더미 속에 우리나라 사람이면 다 아는 유명한 의서가 살포시 숨어 있었다. 책의 형태가 우리 고유의 선장본과는 다르게 생겨서 별거 아닌 거로 아셨단다. 결과적으로 그 날 인수한 책의 가치는 그 책이 다 했다.

그 책이 바로 1890년 중국 상해 천경당서국(千頃堂書局)에서 석인본(石印本)으로 간행된 동의보감(東醫寶鑑)’(·下 全2)이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간행된 조선후기 선장본은 아니지만, 원조 한류(韓流)가 뭔지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소중한 책이다.

18세기 후반 연행사의 일원으로 북경에 갔던 이들이 남긴 기록을 보면, “의원들이 동의보감을 아주 귀하게 여겼는데, 서점에서 간행한 지 오래되었다”(京城記略)거나 가게에는 다 우리나라 동의보감을 고이 책으로 꾸며서 서너 질 없는 곳이 없으니, 저들이 귀히 여기는 바”(戊午燕行錄)라 하였다.

동의보감(東醫寶鑑)(上·下 全2函, 千頃堂書局 1890 石印本) 일본 서문과 중국 서문.
동의보감(東醫寶鑑)(上·下 全2函, 千頃堂書局 1890 石印本) 일본 서문과 중국 서문.

홍재전서(弘齋全書)에도 동의보감을 중국 사람들이 구매해서 판각하여 천하에 널리 유포하였으며, 그 중국본 역시 우리나라로 다시 팔려 온 것이 많다”(132)는 기록이 있고, ()가 얻고자 청하는 서적 중에는 꼭 동의보감이 있다는 기록(靑莊館全書 第59)도 보인다.

동의보감의 인기가 이쯤되니 일본에서도 1724년에 초판이 나온 후 두 차례에 걸쳐 발행되었고, 청나라에서는 우리나라에서보다 간행한 횟수가 더 많았다. 우리 책방에 입수된 이 당본(唐本)이 더 소중한 이유는 책을 만들 때 이용한 원본이 조선본이 아니라 1724년 일본에서 처음 간행된 화본(和本)을 저본(底本)으로 했다는 데 있다.

일본에서 간행된 초판의 발문(跋文)에는 동의보감을 실로 백성을 보호하는 신선의 글이요 의사들의 가장 소중한 책”(實保民之丹經 醫家之秘笈也)으로, 중국에서 간행된 건륭본(乾隆本)의 서문에서는 천하의 보물은 마땅히 천하와 함께 해야한다”(天下之寶 當與天下共之)로 표현하고 있다. 생각해 보시라. 그 옛날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진 책이 일본에서 간행되었고, 그 책이 저본이 되어 다시 중국에서 복각본이 출판된 것이다.

2009년에는 19세기까지 전례가 없는 개념이었던 예방 의학국가에 의한 공공 의료라는 이상을 만들어 낸 의서라는 의미에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서울 가양동에는 허준박물관도 있으니 언제 상경하시는 길에 짬을 내어 관람하시는 것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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