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마을만들기 연착륙, ‘전문가’ 양성 필요”
“제주형 마을만들기 연착륙, ‘전문가’ 양성 필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9.1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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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암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11. 제주형 모델 구축을 위해

내년부터 일반 농산어촌 개발사업 대부분 지방 정부로 재정 이양
도내 마을사업 차별화, 경쟁력 높일 기회…시스템 구축 논의 활발
역량 갖춘 전문가 키워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미래 만들어내야
대정읍에서 집중호우와 태풍 링링으로 피해를 본 월동채소 밭. 대체작목이 없어 그대로 겨울을 날 수밖에 없다.
대정읍에서 집중호우와 태풍 링링으로 피해를 본 월동채소 밭. 대체작목이 없어 그대로 겨울을 날 수밖에 없다.

초유의 가을장마 강수량과 태풍 링링으로 대표되는 올 가을의 초입은 농촌을 초토화시키고 온갖 걱정과 시름을 남겨 놓았다. 정상적으로 파종을 마친 작물들은 싹이 채 자라기도 전에 물폭탄으로 쓸려가 버렸고 정식을 앞둔 모종들도 긴 장마로 인하여 제때 포기 심기를 하지 못하여 육묘장에서 늙어버렸다.

각 읍·면 사무소에는 태풍 피해 접수를 위한 농업인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마땅한 대체작목이 없는 이즈음 선택의 여지없이 평년보다 최소 보름이상 늦었지만 파종을 서두르는 농가와 일꾼들을 확보하려는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이미 영농을 이어갈 수 없는 농촌의 현실에서 그들이 합법 또는 불법체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흔히 얘기하는 반장(농업 노무자를 공급하는 사람)들은 농작업의 완성도보다는 머릿수 채우는데 집중할 수 밖에 없다.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자연스레 인건비는 상승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 농업인들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나마 풍작과 안정된 수익을 담보할 수 있으면 다행이련만 올가을 초입은 희망보다는 우려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비닐하우스 시설 농업을 하는 농업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태풍 링링이 제주를 강타하고 지나가면서 남긴 생채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 그나마 오래 머무르지 않고 빠른 속도로 제주를 벗어나 불행 중 다행이었다고 자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농촌이다.

추석 연휴에 19만여 명이 귀성과 관광을 위하여 입도하였다. 언제부터인지 여행의 목적이 유명 관광지나 경관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닌 맛집 투어나 핫플레이스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것이 요즈음의 추세인 것 같다. 연휴기간 동안 제주를 찾은 이들도 제주의 맛집들을 찾아 문전성시를 이루며 긴 줄서기와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는 것을 당연시 여기며 즐긴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하나의 배움을 얻는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맛집들은 하루 아침에 명성을 얻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시행 착오와 다양한 직·간접적 체험, 그에 걸맞은 연습과 시연 등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역량이 가미되어야 비로소 소비자에게 검증받고 인정받는 맛집으로서의 가치를 발현하는 것이다.

남원읍 신흥2리의 시설하우스에서는 가을장마와 태풍 링링도 거뜬히 이겨낸 황금향이 수확을 하는 농부의 손을 기다리고 있다.
남원읍 신흥2리의 시설하우스에서는 가을장마와 태풍 링링도 거뜬히 이겨낸 황금향이 수확을 하는 농부의 손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경우는 비단 맛집뿐만이 아니라 우리네 마을에도 아주 적절히 적용될 수 있으리라 본다.

과연 제주도의 농촌마을들이 중앙 정부 또는 지방 정부의 마을만들기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소비자가 줄서면서 차례를 기다리는 맛집의 경영주들처럼 자기 노력과 투자가 진행이 되었는가라는 반성이 필요할 때라고 보여진다. 마을들은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 절반의 성공처럼 여기고 모든 것을 이룰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뿐만 아니라 필자를 포함한 흔히 이야기하는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조차 맛집 경영주와 같은 노력을 했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져본다.

이제 제주도가 그 틀을 깨려한다.

2020년부터 농촌마을 관련 중앙정부(농식품부) 사업 즉, 일반 농산어촌 개발사업들 중 많은 부분이 지방 정부로 재정 이양되고 각 도에서는 각 도의 색깔에 맞는 사업들을 재구성하고자 하는 노력들을 전개하고 있다. 그 동안 중앙정부의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에 묶여 천편일률적인 사업을 전개했던 모습에서 탈피하여 개성있고 차별화된 사업들이 전국적으로 경쟁적으로 진행이 될 것이다.

제주도가 발 빠르게 제주의 몸에 꼭 맞는 옷을 만들고 제대로 소문난 맛집들이 만들어지는 모습처럼 마을사업들이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기 위해서 치열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마을 만들기 운영 세부기준 마련을 위한 TF팀이 구성되었고 그 동안 진행되었던 마을 사업에 대한 재조명과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제주형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시스템이 무엇인가에 대한 솔루션을 얻기 위한 논의들이 진행되어지고 있을 것이다.

마을사업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마을의 리더나 주민들의 목적 사업에 걸맞는 역량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아니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 또는 활동가(?)들의 역량과 역할은 더더욱 중요할 것이다. 또한 마을 내 사업 추진 주체들에 대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마을 내부의 장치 마련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즐겨보는 종편 채널 중에 골목식당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판매하는 과정을 전문가인 유명 셰프가 화면을 통해서 모니터링 하다가 현장으로 가서 확인하고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시행착오를 지적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이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전문가(유명 셰프)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련, 역경, 도전으로부터 이를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가 보는 관점은 거의 소비자 트렌드를 정확히 꿰고 있으며 가성비를 극대화하는 방법 또한 모두의 공감을 얻고 있다.

적어도 수많은 사업비가 투입되고 있는 우리 마을들에게도 이러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단순히 학습을 통해서만 이러한 전문가는 만들어지지 못한다.

이런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대안이 이번 마을 만들기 운영 세부 기준 마련을 위한 TF팀에서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행정 정문가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토론과 시뮬레이션을 통한 최선의 방안들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은 한낮의 뜨거운 정도를 극대화하는 것 같다. 유례없이 길고 많은 비를 뿌렸던 지난 가을 장마와 태풍 링링으로 지칠대로 지친 우리네 농촌에 새로운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세부 기준들이 만들어 지고 다시 한번 제주도 농촌과 농업이 기지개를 켜고 자존감과 자긍심을 키워주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일꾼전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평년보다 약 20일 늦게 마늘 파종을 하고 있지만 내년 봄은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일꾼전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평년보다 약 20일 늦게 마늘 파종을 하고 있지만 내년 봄은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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