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회 전국체전과 제주체육
제100회 전국체전과 제주체육
  • 홍성배 기자
  • 승인 2019.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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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이 지났다. 전라북도에서의 뜨거웠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전국체육대회 개막일(10월 4일)이 보름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올해 서울에서 열리는 제100회 전국체전은 ‘100’이라는 숫자에서 보듯 의미를 더하며 주목받고 있다. 전국체전은 1920년 11월 조선체육회가 경성부 배재고보 운동장에서 개최한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를 기원으로 삼고 있다. 초기 종목별 대회를 개최해 나가면서 체육활동의 폭을 넓혀갔고, 오늘과 같은 종합대회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100년에 이르는 역사 속에서 일정 기간 대회가 열리지 못하는 등 우리 근․현대사의 굴곡과 아픔 또한 그대로 배어있음은 물론이다.

대한민국 체육사의 한 획을 긋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전국 각 시․도는 일찌감치 발 빠르게 움직여왔다. 제주선수단도 최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제주도체육회와 회원종목단체가 대회를 앞두고 열린 대표자회의의 대진 추첨결과를 토대로 전력을 분석한 결과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지난해 80개 메달 목표를 초과하며 92개까지 치달렸던 기세와는 달리 올해는 목표 자체가 65개로 하향 조정됐다.

물론 제주도체육회가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음은 자명해 보이지만 객관적으로 전력이 약화된 것도 인정해야 한다. 효자종목인 수영과 레슬링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선수들이 처우문제 등으로 제주를 떠났다. 지난해 전북에서 봤듯 과거 제주대표로 활약하던 선수들이 다른 시․도의 이름을 달고 펄펄 나는 모습을 이번 체전에서는 더 많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1개라는 무더기 메달을 선사하며 지난해 목표 초과 달성의 1등 공신이었던 양궁은 변수가 너무 많다. 다른 시․도 선수들도 국가대표급으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조차 예선에서 맥없이 탈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여기에 태권도와 복싱, 씨름 등의 대진운도 대체로 좋지 않다.

연초부터 열린 각종 대회를 통해 선수들의 그해 경기력은 데이터로 차곡차곡 쌓인다. 결실을 맺는 전국체전 때면 객관적인 전력은 이미 완성됐다고 할 수 있다. 스포츠의 특성상 대진운과 당일 컨디션이라는 변수가 남았을 뿐이다.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선전은 백중세로 분류된 종목과 예기치 않았던 선수들의 깜짝 활약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제주선수단에 이번 체전의 의미가 축소될 수는 없다. 묵묵하게 땀 흘리며 스포츠 정신을 이어온 선수와 지도자들의 열정, 이들을 응원해온 도민들의 성원과 기대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도의 김수경은 고교 1학년인 2001년부터 전국체전에서 투혼을 불살라왔다. 개인 통산 전국체전 50개 메달에 1개만을 남겨둔 그의 도전은 대기록 달성 여부를 떠나 그 자체가 인간 승리의 드라마다. 전용경기장이 없는 가운데서도 새롭게 전국 강자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영주고 사이클의 질주를 비롯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과 고향 제주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도민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체전이 열리는 경기장 하나하나가 제주 체육의 살아있는 현장이다.

하나의 메달을 더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투혼이 제대로 빛을 발하려면 성실한 땀방울에 주목해야 한다. 경기 때만 반짝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제주의 선수들이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한민국 체육의 새로운 100년을 모색하는 이 시점에서 제주 체육은 과연 어디를 향해 나가고 있는지 고민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제주도는 이번 100회 전국체전에 34종목에 걸쳐 선수 513명, 감독․코치 106명, 본부 임원 100명 등 모두 718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이들은 내일(20일) 오후 1시30분 제주복합체육관에서 결단식을 갖고 필승의 의지를 다질 예정이다.

홍성배 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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