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50조원과 평화
국방비 50조원과 평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9.1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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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배 전 제주일보 논설고문·논설위원

내년도 국방비 예산이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었습니다. 정확히는 50조1527억원입니다. 정부의 총 예산액 513조5000억원의 7.4%이며 올해보다 3조4000억원이 증액된 금액입니다.
우리나라 국방비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29조600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던 국방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매년 수 조원씩 늘어나더니만 지난해에는 40조원을 넘었습니다.
10년 사이에 20조원이 늘어난 셈입니다. 한마디로 엄청난 예산액입니다.
내년도 국방비 예산 가운데에는 북한이 이 전투기 얘기만 나오면 항상 거칠어지는 F-35A기 추가 도입비를 포함해서 방위력 개선비가 16조7000억원에 이릅니다. F-35A기는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는 미국의 5세대 전투기로서 적 방공망을 뚫고 1000㎞까지 날아가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마하 1.8의 최첨단 전투기입니다.
이렇듯 국방비가 증액되면서 장병들의 월급도 크게 오릅니다. 내년 병장 월급은 54만원입니다. 올해보다 33%가 인상됩니다. 기업체 봉급 인상률인 4∼5% 수준에 비하면 대폭인 게지요. 이는 알바 청년들이 격일제로 하루 4시간을 근무해야 받는 돈입니다.
이런 수치를 보다 보면 ‘우리나라 참 좋아졌다’ 또는 ‘대한민국 국방이 이제는 전 세계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감탄하게 됩니다. 튼튼한 국방에 튼실한 장병들의 복지와 급여로 국방이 한결 좋아질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한반도 평화가 전보다 더 보장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한반도 긴장상태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남한의 국방비가 많아질수록 북한의 국방비도 덩달아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알려진 북한의 국방비는 10조원입니다. 남한의 5분의 1수준입니다. 북한의 국방비는 GDP의 25%입니다. 북한의 나라살림에서 본다면 엄청나게 쏟아붓는 셈이지요. 우리나라는 3%입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 예산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나온 얘기이지만 내년도 국가부채가 얼마인지를 알고자 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내년 국가부채는 정부예산보다 300조원이 많은 800조원에 이릅니다. 더 놀라운 것은 국가부채가 이런 상태로 간다면 2023년에는 1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그것도 정부가 직접 공식 발표했습니다.
몇 달 전에 아주 흥미로운 외신이 떴습니다. 아프리카 수단의 신임 총리 압달라 함독은 피폐한 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국방비를 대폭 삭감하겠다고 AP통신을 통해 밝혔습니다.
최빈국 30년 수단에서는 지금도 무장 반정부군이 성행하는 사실 상 전쟁 중의 나라입니다. 함독 총리는 수단의 지속적인 평화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국방비를 줄이는 길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중남미 코스타리카는 농부 출신의 호세 피게레스 대통령이 1948년 군사정부를 몰아낸 뒤 군대를 완전히 철폐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는 국방비를 교육과 보건예산으로 돌렸습니다.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난 코스타리카는 비록 우리보다 못 살지만 행복지수가 전 세계 1위입니다. 그는 주변의 파나마와 아이티 등 중남미 나라들의 군대를 폐지시키는 일에도 큰 기여를 함으로써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습니다.
우리도 이참에 강한 국방력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는지를 다시 따져봐야 합니다. 아마 일부에서는 군대를 없애고 평화의 나라로 가자는 주장을 들으면 비현실적이라고 받아들일 겁니다.
코스타리카의 피게레스는 지도자들이 살기 좋은 세상, 공정한 세상, 새로운 가치관을 실천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한다면 분쟁과 충돌이 일어날 조건들은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던진 말은 ‘전쟁보다 평화로 가는 길이 훨씬 쉽다’는 것이었습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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