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위로하고 다독거리는 추석이 되길
서로 위로하고 다독거리는 추석이 되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9.1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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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사흘 동안에 걸쳐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추석은 민족의 명절로 연초의 설날을 제외하면 사실 상 연중 유일한 명절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처럼 한 해 중 계절의 풍성함을 가장 만끽하게 되는 명절이기도 하다.

종전에는 민족 5대 명절이라 해 설날, 정월대보름, 한식, 단오, 추석을 지냈는데 이제는 설날과 추석을 제외하고는 추억 속의 명절이 되고 만 느낌이다.

세태의 변화로 귀성(歸省)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나 올해도 여전히 선물 꾸러미를 챙겨 든 추석 귀성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모처럼 바쁜 일과에서 벗어나 고향을 찾게 되는 직장인들의 마음은 벌써 고향에서 기다릴 부모님 생각뿐이다. 날씨도 가을비가 걷히면서 대체로 청명할 것이라는 예보다. 내일 밤에는 휘둥그레 큰 달이 뜰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쓸쓸하기만 하다. 생활 형편이 어려워진 것이 우선의 문제다.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그래선지 올해는 추석 특수(特需)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소식이다.

예년보다 빠른 추석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불경기 영향이 아닌가 여겨진다.

올 추석은 이래저래 시름을 더한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 골목 식당들이 차례로 문을 닫아걸면서 자영업자들의 떼 무덤이 돼 있다.

취업 못 한 젊은이들이 귀성을 포기하면서 등장한 신판 이산가족의 마음은 더없이 무겁다.

기업들도 돌아가는 분위기가 예년 같지 않다고 한다. 고향 부모님께 드릴 선물 꾸러미도 부피가 작아진 것 같아 은근히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더욱 큰 문제는 상대적인 박탈감이다. 특권층의 자녀들은 연줄 덕분에 품앗이 스펙만으로도 대학입시를 무난히 통과한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심지어 몇 학기째 연이어 낙제하고도 격려성 장학금을 받는다니,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흙수저들의 처지가 딱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과연 정의롭고 공정한가? 한가위의 푸근한 정서를 느끼기에는 너무 어긋나 버린 눈 앞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추석을 이런 상실과 허탈감으로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부모님께 드릴 용돈이 부족하다고 제풀에 위축될 것도 아니다.

더구나 이번 가을 장마와 가을 태풍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이웃들도 적지 않다. 서로 위로하고 다독거리면서 용기를 내야 한다.

두둥실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며 추석 연휴만이라도 넉넉한 기분으로 보내야 할 것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명절이 되기를 기원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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