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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韓信)처럼 인내하는 자가 승리한다
한신(韓信)처럼 인내하는 자가 승리한다
  • 제주일보
  • 승인 2019.09.1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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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정치학 박사·논설위원

중국의 크고 작은 강들이 그치지 않고 유구히 흘러가는 동안 많은 인물들이 한 세대를 풍미하며 강물과 같이 흘러 갔다. 그 많은 인물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들 중의 하나로 한신(韓信)을 선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한신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 동안 멸시를 많이 받았다. 한신은 일본의 사무라이였다면 수백 번은 할복 자결을 했을 정도의 굴욕을 이겨내고 항우와 유방이 천하를 두고 겨루는 대 전쟁에서 승리의 주역이 됐다. 한신의 뛰어난 전략과 용병술에 힘입어 유방이 천하통일을 이루고 한나라를 세울 수 있었다.
한신은 포부가 크고 지략이 뛰어났지만 젊은 시기에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한 동안은 평범하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신은 과하지욕(胯下之辱)의 모욕을 당했다. 길에서 불량배가 한신에게 시비를 걸었던 것이다. 한신은 그 불량배를 단칼에 쳐 죽일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한신이 만약 그 불량배를 그 자리에서 쳐 죽인다면 순간적인 자존심은 세울 수 있을지 몰라도 사형에 준하는 참혹한 형벌을 피할 수 없었다. 한신은 그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불량배가 원하는 대로 그 불량배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서 지나가는 치욕을 감수했다.
그 사건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졌으며 항상 한신을 따라다녔다. 항우에게 갔을 때 과하지욕의 모욕을 당한 한신은 졸부 대접을 받았다. 당연히 항우는 한신을 중용하지 않았고 한신은 유방에게로 가게 됐다. 유방도 한신의 과하지욕에 대해 알고는 처음에는 중용하지 않았고 경시했다. 그러나 마침내 한신의 능력을 알아보게 되자 유방은 천하를 다스리게 됐던 것이다.
한신처럼 굴욕을 견디면서 천하를 평정한 또 다른 인물로 사마의(司馬懿)가 있다. 유방이 세운 한나라는 오래 가지 못 했다. 환관들의 정치 개입, 외척 세력과 황태후와의 권력 다툼 등으로 나라가 흔들렸다. 새로운 세상을 약속하며 황건적의 난과 오두미도의 난 등이 일어났다. 이 시기에 유방의 후손인 유비가 한나라를 부흥시키려고 관우, 장비와 함께 활약을 하고 제갈공명의 전략으로 점점 세력을 키우게 된다.
이 역사적인 사건들이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장강의 물결이 아무리 많은 시간 찰랑거려도 사람의 본성이 변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유비, 조조, 손권과 같은 인물들이 수많은 영웅호걸을 거느리고 천하를 평정하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조조 밑에서 인내하던 사마의가 천하를 평정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조조, 조비, 조예, 조방 등 4대를 보필한 사마의는 손자 사마염(司馬炎)이 삼국을 통일해 진(晉) 왕조를 수립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했다. 제갈공명이 여자 옷을 보내어 조롱했을 때 사마의가 참지 않고 나가 싸웠다면 공명에게 참패를 당했을 가능성이 컸으며 손자 사마염이 진나라를 건국하지도 못 했을 것이다.
한신과 사마의에게 배울 것은 너무도 많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굴욕을 참아야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인내하며 힘을 길러야 궁극적으로 승리한다.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가? 기원전 5세기경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중용(中庸)’을 집필했는데 중용은 극단을 피하고 적절한 자리와 위치를 찾는 길을 가르치고 있다. 중용은 싸워야 할 때 싸우고 참아야 할 때 참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때에 알맞은 행동을 하라’는 중용의 길을 가는 것은 인내와 지혜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한신에게 과하지욕의 모욕을 줬던 불량배는 한신의 칼에 목이 달아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이는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며 한신은 모욕을 당한 것이 아니라 인내심을 발휘해 경거망동하지 않고 중요의 길을 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와 국가가 중용의 길을 가고 있는가?

제주일보 기자  kkb@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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