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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화합의 커피 세리머니
소통과 화합의 커피 세리머니
  • 제주일보
  • 승인 2019.09.1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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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대 월간커피 발행인

커피는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에 자리 잡은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됐다는 게 정설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많은 직·간접적인 증거들이 존재하는데 커피의 다양한 품종이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됐다는 근거가 이를 증명하며 커피의 발견을 이야기하는 전설 또한 에티오피아를 주 무대로 하고 있어 몇 가지 사실들과 함께 아라비카 커피의 고향이 에티오피아임을 잘 알 수 있다.

에티오피아를 가면 언제든지 자연에서 야생의 상태로 자라는 커피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 모습을 통해 에티오피아가 커피의 나라라는 게 실감이 가기도 하지만 전 세계 수많은 커피 산지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에티오피아 농촌경제연구소(Ministry of Agriculture and Rural Development)가 펴낸 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에 따르면 커피 생산량 60% 이상이 삼림 커피’(Forest Coffee)반 삼림 커피’(Semi Forest Coffee)라고 한다.

삼림은 자연에서 떨어지는 낙엽과 죽은 식물, 그리고 동물의 배설물 등으로 만들어진 천연 퇴비가 풍부한 영양을 제공하기 때문에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아도 좋은 커피가 잘 자라는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커피의 품종 보존이 잘 이뤄지고 있으며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려는 전 세계 커피인의 관심도 에티오피아를 주목하는 것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커피를 커피라고 하지 않고 그들의 언어인 암하릭(Amharic)어로 분나’(Bunna)라고 부른다. 커피라고 해서 뜻이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커피를 이야기할 때 커피라는 말보다는 일반적으로 분나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에티오피아를 방문할 때마다 현지 커피 농부들은 마치 환영 의식처럼 우리를 위해 분나 마프라트’(Bunna Maffurat)라고 불리는 커피 세리머니(Coffee Ceremony)를 베풀어 준다. 분나는 커피를 뜻하고 마프라트는 요리라는 의미이니 커피와 함께 베푸는 요리 또는 식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 까닭에 커피 세리머니가 벌어질 때면 커피와 함께 빵이나 우리 식 팝콘 등 뭔가 먹을거리가 같이 나온다.

에티오피아는 86개의 부족으로 이뤄진 나라다. 이들 부족마다 각각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커피 세리머니 역시 사용되는 기구나 방식이 다르고 세리머니를 진행하는 사람의 전통복장에서도 나름의 독특한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지금은 커피 농사보다는 환각 식물인 차트(Khat, Qat)에 더 많은 공을 들이는 하라르에서도 소말리아 접경 지지가에서도 그리고 여러 커피 산지에서도 색다른 전통이 엿보이는 커피 세리머니를 경험할 수 있다.

커피 산지 중에서 가장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라가 에티오피아다. 커피가 생산되는 나라라면 누구나 커피를 많이 마실 것 같지만 실제 커피 산지 농부들의 커피 소비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 나라의 커피문화가 풍성한 것은 커피를 아주 즐겨 마시는 그들의 커피 사랑에 이유가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커피 세리머니는 커피를 마시는 의미가 첫째이지만 집에 찾아온 손님이나 가족, 친지 사이에서 이뤄지는 소통의 방법이며 환영 의례다. 세리머니는 한 시간에서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되는데 커피를 끓이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커피를 만들고 나눠 마시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내용이야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커피를 마시면서 함께 정담도 나누고 평소에는 꺼내기 어려웠던 속마음도 털어놓는다. 이때의 커피향기는 서로의 진실한 마음을 나누는 매개가 되는 셈이다.

전체적으로는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되며 삶에 지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앞날을 축복한다. 그들은 커피 세리머니를 하나님이 주신 축복의 기회라 생각하는 것이다.

요즘 복잡한 국내·외 정세를 보다 보면 모두에게 에티오피아의 커피 세리머니를 통해 소통과 화합의 여유를 맛보게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주일보 기자  kangm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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