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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일깨워주는 버스커
삶을 일깨워주는 버스커
  • 제주일보
  • 승인 2019.09.1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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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 수필가

33년의 교직을 은퇴하고 거리의 음악가로 활동하는 친구가 있다.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하는지 최근 신문에 기사가 나왔는가 하면 방송에 출연하는 등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신문기사 제목에서 보듯 제 2의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는 신노년 욜로족’, 그 자체다.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한라수목원에서 공연을 한다기에 현장을 찾았다. 주차장에 들어서자 은은한 기타소리와 함께 노랫소리가 귓전에 다가온다. 소리를 따라 들어간 곳은 아늑하면서도 포근한 곳에 자리한 한라수목원 야외공연장. 소나무로 둘러싸인 공연장이 참으로 이채롭다. 100여명 가까이 되는 관객들은 벌써 자연과 어우러져 박수도 치고, 노래를 따라하며 버스커와 소통하고 있다. 숲길 따라 여유로움으로 자연을 만끽하다가 음악을 만났으니 대중들은 얼마나 즐겁겠는가. 음악으로 자연을 일깨우고, 삶에 찌든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심신을 달래주는 버스커. 자신을 희생하고 봉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지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으로 봉사하는 친구를 바라보며 참으로 훌륭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에 나는 저절로 신이 나고 행복해 진다.

나와 마찬가지로 친구의 머릿결도 어느 덧 파뿌리가 되었다. 하얗게 물든 머릿결이 신 노년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무대에 선, 신 노년의 친구모습이 더욱 아름다운지 모른다. 친구는 젊은 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기타를 다루는 것도, 노래를 부르는 것도, 대학교에 다닐 때에는 제주에서 처음으로 열렸던 대학가요제에 나가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하고, 가수의 길로 가는 줄 알았는데 충북에서 중등교사가 되었다. 청주가 고향인 유치원 교사와 인연되어 짝이 되었고, 지금 껏 육지에서 살다가 짝의 손을 잡고 올해 3, 고향 제주에 돌아와 둥지를 틀었다. 제주로 돌아오는 것도, 나이 들어 버스킹을 하게 된 것도, 오랫동안 꿈꿔왔던 것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아서 적극적인 응원을 해주고 있는 아내의 배려 덕분이란다.

버스킹(Busking)’은 거리에서 공연하는 것을 말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버스킹문화가 익숙하지 않았다. 판소리를 하는 사람이나 유랑 악사들이 설움의 한을 풀기 위해서 거리에 나와 공연했던 것이 유래다. 미디어 문화가 발달되고 외국여행이 쉬워지면서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버스킹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로 가수나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이 대학로나 공원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중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분들이다. 공연하는 사람은 대중이 있어 즐겁고, 대중들은 무료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어 즐겁다.

환갑을 넘겨 직장을 은퇴하고 자기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 고향에 내려와 비로써 새로운 인생의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버스커 친구, 대중들에게 오랫동안 즐거움을 줬으면 좋겠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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