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도 없이 사라진 '독립운동 사적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독립운동 사적지'
  • 김지우 기자
  • 승인 2019.09.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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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 조사결과, 공터로 변하거나 도로 등 들어서
남강 이승훈 선생 유배지, 건축자재 쌓여있는 등 '방치'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등에 대해 관심·의무감 가져야"

악화된 한일 관계로 항일유적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제주도내 독립운동 사적지는 허술한 관리 속에 무분별하게 방치되고 있다.

일부 사적지는 높은 역사적 보존가치에도 공터로 변하거나 도로와 주택이 들어서 흔적이 사라지는 등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독립기념관의 ‘제주지역 독립운동 사적지 현지 심화조사 결과 보고’자료에 따르면 도내에는 독립운동과 관련된 다수의 사적지들이 분포하고 있지만 이를 보존·활용하기 위한 활동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독립기념관 조사단은 지난 7월 22일부터 31일까지 제주도 전역에서 독립운동 사적지 현황 파악 및 실태 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 한국광복군으로 활동한 문덕홍의 생가 터, 조천만세운동에 참여한 황진식의 생가 터, 일본에서 노동운동과 언론 활동을 벌인 김문준의 집터, 청년운동을 주도한 김명식의 집터, 추자도 어민항쟁지 등은 건물이 들어서 과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또 조천만세운동을 주도한 김시은의 집터, 의병항쟁을 일으켰던 고사훈과 김만석의 순국지, 법정사항일운동에 주도적 역할을 한 방동화의 생가 터 등은 도로에 편입돼 원형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와 함께 구국운동을 전개한 부병준의 집, 제주혁우동맹을 결성해 해녀들의 항일의식을 고취한 문도배의 집터, 법정사 항일운동을 주도한 강창규의 생가 터, 제주공립농업학교 터 학생운동지 등도 방치 속에 공터로 변해 옛 흔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의 한 명인 남강 이승훈의 유배지는 건축자재 등이 쌓여있는 등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고 제주의병 집결지는 농경지로 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조천장터 3·1운동 만세시위지, 함덕리 3·1운동 만세시위지 등은 독립운동 현장임을 알리는 안내표지판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독립기념관 조사단은 독립운동 사적지를 보존·활용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며 제주의 독립운동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만들어 국민들에게 널리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지자체에서 독립운동 사적지에 대해 표지판 등을 설치하고 있지만 미포상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자료상 번지가 일치하는 곳이 있다며 정확한 근거와 신뢰할만한 자료 확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행정이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등에 대한 의무감을 갖고 항일유적지 보존에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지금까지는 그런 점에 있어 소홀한 부분이 있어왔다”고 밝혔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현재 현장조사만 완료한 상태로 자료 보완 등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연말에 최종 결과보고서가 나오면 제주지역 사적지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우 기자  jibrega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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