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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머리 아픈 사람들
추석에 머리 아픈 사람들
  • 부영주 주필/부사장
  • 승인 2019.09.0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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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가 다 그렇듯이 가정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없는 가정은 없다고 한다. 겉으로 보면 부럽기만 한 집도 들여다보면 한두 가지 문제는 다 짊어지고 산다는 얘기다. 실제 집집마다 대놓고 말을 못 해 그렇지 실은 부부 사이가 따로따로상태이거나 부모와 혹은 형제 간 갈등이 심각할 수도 있고 아들딸 자식 때문에 속을 끓이는 일도 적지 않다.

다시 추석(13)이다. 고향 집에 가족들이 한데 모이고 평소 자주 왕래하지 않던 가까운 친척들도 명절 차례에 올 것이다. 만남이 반갑고 기쁜 가정도 있지만 부담스럽고 불편한 집도 있다.

아들딸 낳고 살아보면 다 안다. 잔인한 달은 4월이 아니라 무슨 무슨 날이 잔뜩 든 5월이고 추석 같은 명절이 더이상 반갑지 않다는 것을. 솔직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고 심지어 소화가 잘 안 된다는 사람까지 있다.

 

이유는 많다. 차례 분담 문제에서부터 시집·친정 방문과 선물 같은 경제적 문제, 가사 분담, 종교 문제, 고부 간·동서 간·형제 간 갈등까지.

걱정하던 일이 예외 없이 닥치면 어쩔 수 없다싶으면서도 화가 나는 게 사람이다. 명절 증후군이 이혼을 비롯한 명절 후유증으로 치닫는 이유다.

실제 명절 직후엔 이혼소송이 급증한다. 지난해 추석 다음 달인 10월 법원 통계를 보면 이달에 협의 이혼 신청은 총 12124건으로 9(9056)보다 33.9% 늘었다. 이혼 소송도 3374건으로 9(2519)에 비해 27.6% 증가했다.

가족이 함께하는 명절이 이렇게 가족 해체를 부르고 있으니 이건 무슨 장난일까.

다툼의 발단은 종교나 유산 배분처럼 심각한 것도 있지만 차례 준비를 놓고 동서 혹은 시누이올케 간에 부엌일을 누가 더하느냐 같은 작은 문제도 적지 않다.

 

아내, 며느리만 머리가 아픈 게 아니다. 이제는 명절 증후군은 남편, 미취업자, 미혼자, 시아버지·어머니 등 가족 구성원 모두로 확산됐다.

남편은 과음보다 더 심한 못난이 증후군에 시달린다.

내가 못 나 부모와 아내, 자식들을 잘 살피지 못 한다는 자책감이다.

변변한 직장을 찾지 못 한 청년 백수들은 얼굴이 노래진다. “언제 시집갈 거냐는 말이 듣기 싫은 딸이 나 홀로여행을 떠나는 때도 명절이다.

부모라고 예외가 아니다. 형편이 넉넉한 부모는 모르지만 그렇지 못 한 부모는 자식들 눈치 보기 바쁘다. 같은 자식이라도 처지가 다르면 부모는 행여 못사는 자식 상처받을까, 모처럼 한 자리에 같이한 형제끼리 다투진 않을까 좌불안석이다.

온 가족 친척들이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은 TV 속의 얘기다. 사이가 서먹서먹한 경우 차례만 지내면 일어나 각각 흩어진다.

 

설사 그렇다 해도 공소(空巢) 증후군에 시달리는 부모는 자식들이 한데 모이는 추석을 손꼽아 기다린다.

등이 휘어지도록 키운 자식에게 짐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과 외면당하는 서러움에 황혼 자살을 하지만 그래도 세상을 떠나며 남기는 유서엔 자식 걱정만 가득하다는 마당이다.

부모와 자식, 형제 간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말썽만 피우는 게 싫어 다신 안 보겠다고 했다가도 막상 얼굴을 대하면 안쓰러워 외면하지 못 한다. 어려울수록 필요한 게 가족이다.

세상 사람 모두 돌아서도 가족은 모른 체할 수 없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이번 추석엔 달도 휘영청 밝을 것이라 한다. 가족이 모이면 서로의 차이가 틀림이 아니라 다름임을 인정하고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 주는 배려의 한가위가 됐으면 좋겠다.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정겨운 추석이 되기를 빈다.

부영주 주필/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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