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 문화 꽃 피운 ‘수수께끼’ 왕국에 발 딛다
독창적 문화 꽃 피운 ‘수수께끼’ 왕국에 발 딛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9.0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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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중국 서부 닝샤-깐수-칭하이를 가다(1)
-이슬람과 티벳탄들의 삶의 현장 서하왕릉
2014년 7월 당시 외국인 출입이 쉽지 않았던 중국 서부 지역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동방의 피라미드’라고 불리는 서하왕릉을 찾을 수 있었다.
2014년 7월 당시 외국인 출입이 쉽지 않았던 중국 서부 지역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동방의 피라미드’라고 불리는 서하왕릉을 찾을 수 있었다.

중국 서부 지역은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운 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영하회족자치구(寧夏回族自治區)로 중국 내 소수 민족 중에서 가장 치열하게 독립을 주장하는 자치구이기 때문에 외국인 출입이 그리 쉽지 않답니다. 특히 이 지역에는 티벳탄 자치구를 이루고 있는 도시가 있어 여행객의 안전을 핑계로 여행을 쉽게 허락해 주는 곳이 아니랍니다.

어렵게 이 지역 여행을 허락받고 떠난 것이 20147월이었습니다. 여행 허락 조건으로 지역 주민과 접촉 절대 불가등 몇 가지 주의사항을 듣고 길을 나섰습니다.

중국 베이징에서 기차를 타고 오전 7동방의 피라미드라고 불리는 서하(西夏)왕릉이 있다는 은천역에 도착했습니다. 밤새 기차를 타고 왔지만 정말 오기 힘든 곳에 왔다는 생각에 피곤하다는 생각은 없고 조금이라도 빨리 서하왕릉을 갔으면 하는 생각에 가슴이 설렜습니다.

서하왕릉 입구에 있는 박물관에 전시된 서하왕국 모형지도.
서하왕릉 입구에 있는 박물관에 전시된 서하왕국 모형지도.

기차역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이 오가는데 그 중 회족(回族) 차림을 한 여인들, 흰 모자를 쓴 남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여기가 회족자치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회족은 당·송 시대에 페르시아와 아랍에서 온 사람들이나 이들의 조상이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아 한족화(漢族化)된 중국 56개 소수 민족 중 하나입니다.

역사적으로는 회회(回回), 회민(回民)이라고 하지만 자신들은 목사림(穆斯林·무슬림) 이라고 한답니다. 이들은 이슬람교를 믿으며 중국 전역에 걸쳐 분산돼 있습니다.

주요 거주지로는 영하회족자치구, 감숙성(甘肅省), 청해성(靑海省)으로부터 하남성(河南省), 하북성(河北省), 산동성(山東省), 운남성(雲南省) 등지에 크고 작은 거주지를 이루고 있답니다.

독자적인 행정구역으로는 1958년 성립된 영하회족자치구 및 청해성, 신강위구르자치구(新彊維吾勿自治區), 화북성에 2개 자치주, 6개 자치현(自治縣), 5개 연합자치현이 있답니다.

이렇게 방대한 조직이 있기 때문인지 신강위구르 지역에서는 매년 독립을 부르짖는 데모가 일어나 중국 소수 민족 중 티벳과 함께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꼽힌답니다. 그래서 이 지역을 방문할 때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서하왕릉 입구에 서 있는 기묘한 조각상.
서하왕릉 입구에 서 있는 기묘한 조각상.

중국에 최초로 회족이 도래한 연대에 대해서는 많은 설이 있습니다. 서력 651년 이슬람국인 대식(大食·아랍)의 사자가 당나라에 파견됐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당과 송 때 아랍과 페르시아계의 무역상인이 남방 해로에서 광동성 광주(廣州)와 복건성 무역항에 거주하면서 시작됐다는 기록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은 13~14세기 몽골제국 시대 많은 이슬람교도가 노예·병사·상인으로 원()나라로 이주하면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어느 덧 서하왕국에 도착했습니다. 한여름이기도 했지만 찌는 듯한 날씨로 넓은 벌판이 마치 사막의 열사 지대를 방불케 합니다.

입구에 있는 박물관에는 서하왕릉에서 발굴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이 유물들을 통해 수수께끼의 나라 서하왕국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서하왕국은 1038년 중국 서북부의 오로도스(Ordos)와 간쑤(甘肅) 지역에서 티벳 계통의 탕구트족(Tangut·黨項族)이 세운 나라로 본래 명칭은 대하(大夏)지만 송과 중국의 사서에서 중국 고대왕조인 하()와 구분해 서하(西夏)라고 불렀답니다. 11~12세기에 동서 교역을 매개하며 유목과 농경, 불교문화를 결합한 독창적인 문화를 발달시키며 둔황(燉煌) 란자우에 이르는 지역으로 세력을 넓혔으나 1207년 몽골에 복속된 후 1227년 칭기즈칸 군에 의해 멸망했답니다.

한자와 유사한 양식을 지닌 서하문자.
한자와 유사한 양식을 지닌 서하문자.

서하는 독자적인 언어와 문자를 사용했답니다. 탕구트어라고도 부르는 서하어(西夏語)는 티벳-미얀마어 계통에 속하며 1036년 공포된 서하문자(西夏文字)는 한자와 유사한 양식을 지녔답니다. 이 서하문자로 논어, 맹자, 손자병법 등의 서적이나 불경을 번역했고 신집금쇄장치문(新集金碎掌置文), 신집금합도(新集錦合道) 등의 문학 작품집도 전해진다고 합니다. 인쇄국을 둬 문자 보급을 위한 단어집(單語集) 음운조직(音韻組織)을 정리한 운서(韻書) 등의 서적을 출판했기 때문에 서하문자는 오늘날에도 그 발음이나 의미 등 언어적 계통이 밝혀지고 있다고 합니다.

설명을 듣다 보니 서하왕국이 대단한 문화와 언어를 가진 왕국이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 서하왕릉으로 빨리 가야겠습니다. 서하왕릉을 향해 한참 가다 보니 멀리 벌판에 계란 모양의 둥근 하얀색 무덤들이 보입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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