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의료원’ 풀 수 있는 문제다
‘서귀포의료원’ 풀 수 있는 문제다
  • 한국현 기자
  • 승인 2019.09.0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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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병원 의사들을 상대로 서귀포(의료원)에서 근무하겠냐고 했더니 근무하겠다는 사람이 단 1명도 없었다. 강제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난 2일 원희룡 도지사가 서귀포시청에서 한 말이다. 읍ㆍ면ㆍ동장과의 간담회에서다.

이 발언만을 놓고 볼 때 서귀포의료원을 제주대학교병원에 위탁 운영하는 것을 찬성하는 대다수 시민에게 찬물을 끼얹는 워딩이다. 서귀포의료원 제주대학교병원 위탁운영 추진협의회(회장 양광순, 이하 추진협의회)의 노력에도 힘을 빼는 발언이다.

서귀포시는 지난달 초 전문기관에 의뢰해 지역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81.2%가 “서귀포의료원은 제주대병원이 운영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유는 ‘우수한 의료진에 의한 높은 수준의 진료가 기대돼서’가 압도적이다. ‘지금보다는 나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시민들의 외침은 “지금처럼은 안 된다”다.

추진협의회는 지난 달 12일부터 31일까지 서귀포의료원 제주대학교병원 위탁운영 촉구 범시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결과물을 내놓았다.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명운동에 시민의 45.5%인 8만6837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추진협의회는 실현 가능한 부분부터 하나씩 개선해 나가길 바란다는 내용으로 청원서를 작성하고 제주도의회 의장, 제주대학교 총장에게 제출했다. 오늘(5일)은 원희룡 도지사를 만나 서귀포시민의 절실함을 담은 청원서를 전달한다.

읍ㆍ면ㆍ동장 간담회 현장으로 다시 돌아간다. 원 지사의 발언이 이어졌다. “(제주대병원의)조직적인 명분과 어떤 의사들을 (서귀포의료원에)상근시킬지 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제도와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지만 갖고는 어렵고 서로 윈(win)-윈(win)할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실무 작업과 서귀포시와의 협의는 도 예산부서에서 하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의 발언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어렵지만 제도와 예산, 이를테면 서귀포의료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방법으로 위탁 운영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양윤경 서귀포시장도 “원 지사의 발언은 긍정의 신호로 본다”며 “서로 방법을 고민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서귀포의료원을 제주대병원이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론 어렵다. 추진협의회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그럼 서귀포시민은 아프면 제대로 치료도 못받고 죽어야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또다시 돌아서면 항상 제자리 그대로이고 서귀포의료원은 발전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이 불신하고 제주대학교병원에 운영을 맡기자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어쩌다가 서귀포의료원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안타깝다. 서귀포의료원 제주대병원 위탁 운영,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라고 말하는 시민도 있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그냥 놔둘 수는 없는 일이다. 설문조사와 서명운동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시민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귀포의료원이 제역할을 다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제주대병원이 운영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서귀포의료원을 제주대병원이 운영해도 적자를 볼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적자 운영이면 어떤가. 공공의료기관은 적자 운영은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시민들은 서귀포의료원이 비록 적자 운영을 하더라도 대학병원 수준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많은 시민들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우수한 의료진과 최첨단 시설이 갖춰진 서귀포의료원을 찾아 진료도 하고 수술도 하면 적자 운영에서 졸업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 정주영 회장의 어록이 떠오른다. “해보기나 했어?” 긍정의 사고를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말로 시도해보지도 않고 그냥 주저앉는다는 뜻이다.     

앞 일을 미리부터 걱정하지 말고 일단 한 번 해보자. 든든한 서귀포시민이 버티고 있으니 하나 둘 풀어나가면 된다. 근데 서귀포시 출신 국회의원과 도의원들은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가.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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