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 뛰어넘은 '만남'...조상과 후손을 잇다
시공 뛰어넘은 '만남'...조상과 후손을 잇다
  • 김나영 기자
  • 승인 2019.08.29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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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만의 독특한 벌초문화 이목
최근 사회변화에 따른 핵가족화와 화장률 증가로 벌초 문화 변화 맞아
형식이 변할지라도 벌초의 가치와 정신만큼은 현대적으로 계승해나가야
벌초장면(제주시 제공)

예로부터 제주도민들은 추석을 보름 앞둔 음력 8월 초하루를 전후해 집안 산소를 찾아 지난 1년간 자란 풀을 베어내고 조상의 음덕을 기렸다. 육지와는 다른 독특한 벌초문화다.

제주에서 벌초는 두 갈래로 진행된다. 4~8촌 이내 집안이 모여 고조부 묘소까지 정리하는 ‘가족 벌초’와 각 지파 대표가 함께 고조부 이전 선조들의 묘소를 돌보는 ‘모둠 벌초’가 있다.

도민에게 벌초는 추석을 앞두고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중요한 연례행사 중 하나였다. 오죽하면 추석 명절에는 가지 않더라도 벌초엔 반드시 동참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벌초문화도 세월의 소용돌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시대 흐름에 따라 벌초풍경도 급변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핵가족화, 농촌인구 감소, 고령화 등으로 가족 구성원의 참여율이 떨어지고 젊은 층의 기피현상이 심화되면서 ‘벌초 대행’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과거 도외 거주자들의 벌초 참여도 당연시됐지만 세태 변화로 참석률이 떨어진지 오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집안에 따라 벌초에 불참하면 벌금을 물리거나 육지에서 내려올 경우 항공료 등 교통비 일부를 지원하는 등 참석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처방전까지 등장하고 있다.

벌초방학도 변화의 증거 중 하나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도내 학교들은 매년 음력 8월 1일 임시 휴교했다. 학생들이 벌초에 참여하도록 배려한 것으로 도민사회에서 벌초 참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대변하는 단적인 예다. 하지만 벌초방학 역시 시대를 거스르지 못했다. 직장인 등을 고려해 벌초날짜가 주말로 바뀌면서 2010년 이후 벌초방학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장례문화의 변화도 벌초를 퇴색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매장이 크게 줄어들고 화장이 대세로 굳어지면서 묘지가 없어지다 보니 벌초도 축소되고 있다. 여기에다 가족묘지 등을 정리해 자녀들에게 벌초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벌초는 제주공동체 문화의 뿌리다. 외형은 축소됐지만 조상과 후손을 잇는 고리란 가치와 정신만큼은 지키고 계승해야 한다는 도민들의 인식은 여전히 깊고 또렷하다. 육지부와 다른 환경‧문화에서 잉태해 제주를 제주답게 차별화하는 풍속이란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벌초문화에 깃든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팁-벌초 사고 예방하려면

거친 풀을 베어내기 위해 예초기와 낫 등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초기 작업 시 장화와 장갑, 보호안경 등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작업 중인 예초기 주위로는 절대 접근해선 안 된다. 음주 벌초작업도 물론 금물이다.

벌도 조심해야 한다. 이 시기 벌들은 활동력과 식욕이 왕성해진 반면 꽃은 적다 보니 공격적으로 변한다. 벌초 전 산소 주변에 벌집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필수고, 벌을 자극할 수 있는 향수나 화장품 사용은 피해야 한다. 벌에 쏘일 경우 신용카드 등으로 벌침을 밀어 제거한 후 얼음찜질을 하면 도움이 된다.

독사도 가을에 독성이 최고조에 달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벌초 시 두꺼운 장화나 등산화를 착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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