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익’ 제주환원의 당위성
‘제주이익’ 제주환원의 당위성
  • 정흥남 편집인
  • 승인 2019.08.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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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장성세(虛張聲勢). 액면 그대로를 표현하면 비어있고 과장된 형세로 소리를 낸다는 사자성어다. 실속은 없으면서 큰소리치거나 허세를 부린다는 의미로 쓰인다. 흔히 사용하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제주가 요즘 딱 이 모양이다. 쉽게 지칭하면 제주경제의 지금 모습인데, 그 속을 들어가 보면 경제뿐만이 아니다. 지방정치와 행정 또한 거기서 거기다. 정치와 행정은 경제의 뒷받침인데 서로 딴 곳을 쳐다본다.

지금 제주 경제에 ‘어렵다’는 표현은 결코 과장 아니다.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제주경제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초호황을 맞았다. 당시엔 제주 전역이 들떴다. 부동산 시장은 타지방에서 몰려든 이른바 떳따방 업자들까지 몰리면서 과열을 넘어 투기장을 방불케 했다.

제주의 맏형산업격인 관광시장은 유커로 상징되는 중국 관광객들이 단체로 몰려들면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런 제주에 지금은 온기조차를 찾을 수 없다. 이구동성으로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이게 나라냐” “IMF 때도 이러진 않았다” 곳곳에서 핏발선 악담이 쏟아진다.

그런데 지금 제주가 어려운 이유를 찬찬히 들춰보면 제주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역내 환류로 경제동력 찾아야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제주에서 발생한 관광수입의 대부분이 제주 곳곳으로 퍼졌다. 제주는 그런 관광제주를 자랑으로 여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논리가 나왔고, 급기야 정부가 주도하고 지방정부가 뒷받침하는 형태의 외부 자본을 통한 대규모 개발이 본격화 됐다.

그런데 대규모 개발은 결과적으로 자본의 역외유출을 필연적으로 불렀다. 토착자본이 열악한 제주경제의 외부종속이 심화됐다. 지방정치와 행정은 눈을 감았다.

과거 보는 관광에서 즐기는 관광으로 옮아가는 과정에서 나온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제주는 ‘그 때’는 몰랐다. 그 폐단을.

최근 조사된 공식 통계는 없지만 2008년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분석한 결과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제주 민간부문에서 약5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역외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이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지금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적어도 제주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의 일정부분이라도 이익의 발생한 곳에서 사용돼야 하는데 그 이익은 제주를 외면한다. 제주에서 파생된 자금이 역내에 환류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동력이 돼야 하는데 쏜살같이 제주를 뜬다.

#도민환원 조례 적극검토 필요

제주도의회가 최근 대규모 개발사업에 따른 개발이익 가운데 일부를 제주 지역 발전과 도민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주특별자치도 공공개발이익의 도민환원을 위한 조례안’을 마련하고 입법 검토와 함께 제주도의 의견을 묻고 있다.

이 조례안은 개발이익의 역외유출을 줄이기 위해 도지사에게 개발이익의 지역 투자와 도민 환원을 위한 시책을 마련토록 하고 다양한 환수방식의 제도 개발 책무를 부과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기도는 제주도 보다 한발 앞서가는 모양이다. 경기도는 지난달 중순 국회에서 개발이익 도민환원 토론회를 개최했다. 경기도의 ‘개발이익 도민 환원제’는 각종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특정 집단이나 민간이 독점하지 않고 지역개발 재투자, 기반시설 확충 등 공익으로 돌리는 정책이다.

경기도에 비해 제주가 한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제주에서 파생된 이익의 역외유출을 시장원리를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정하게’ 유지시킬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그리고 지금이 그 첫 단추를 끼울 때다. 그게 상생이다.

그 때 몰랐다고 해서 지금 아는 것 까지 모른 채하면 안 되는 이유다.

정흥남 편집인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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