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정체성 살린 차별화된 마을만들기 합심해야”
“제주 정체성 살린 차별화된 마을만들기 합심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2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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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암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10. 제주형 마을만들기 구축 노력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농촌 실현, 안정된 농산물 가격수취·사회적 제도 뒷받침 필요
농업 ‘다원적 기능’ 수많은 산업 가운데 중요…다양한 직불금 제도·지원 장치 마련돼야
내년부터 마을만들기 사업, 지방정부로 이양…심도있는 제주형 모델 논의 진행 지속
제6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가 대전에서 개최되고 있다. 제주도는 문화·복지분야에서 제주시 한림읍 귀덕1리 경관, 환경분야에선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가 전국 20개 마을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6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가 대전에서 개최되고 있다. 제주도는 문화·복지분야에서 제주시 한림읍 귀덕1리 경관, 환경분야에선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가 전국 20개 마을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한낮의 뜨거움을 달래주더니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가을장마가 초입에 보기드문 물폭탄을 쏟아부으며 보내는 여름을 아쉬워한다.

달구어졌던 대지는 서서히 식어가면서 가을을 재촉하고 월동작물을 준비하는 우리네 식량산업전사들은 빈 밭을 갈아엎으면서 제초작업과 더불어 새로운 포기심기를 위한 작업으로 연신 구슬땀을 훔쳐낸다.

선묘를 찾아 벌초하는 성묘객 그리고 농촌곳곳에 무분별하게 게첨되어 있는 벌초대행 광고물.마음이 씁쓸하다
선묘를 찾아 벌초하는 성묘객 그리고 농촌곳곳에 무분별하게 게첨되어 있는 벌초대행 광고물. 마음이 씁쓸하다.

성질이 급한 성묘객들은 조상의 산소를 찾아 이른 벌초를 하며 다가올 한가위를 준비한다. 우리 장묘문화의 유산인 벌초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연례행사였지만 언제부터인지 벌초를 대행하는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본래의 모습이 왜곡되어지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감정일까?

제주도의 올 여름은 혹서기간이 길지 않아 조금은 수월하게 지나는 것 같다.

많은 우려를 낳았던 태풍은 다행히 보물섬에는 큰 피해를 주지 않고 피해갔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상들이지만 매일 새로운 것 같다.

이달 말 공식집계가 발표되겠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예상되는 감귤생산량은 약 45t에서 47t쯤 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평년작이다.

너무나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제주농촌경제의 흐름은 1500만명 관광객에게서 얻어지는 낙수효과가 아니라 감귤가격, 동부지역의 당근과 무, 서부지역의 마늘과 양배추 등의 가격이 결정한다고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외에도 기능성작물들이 다소 포함되지만 지역별로 특화되어 있는 전략작목들의 가격이 제주도 전반의 경제 흐름을 좌우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내년 초의 경제흐름은 크게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이맘 때 비어있는 밭만 있으면 밭주인을 찾아 덤벼들었던 투기성 무재배 상인들의 발걸음을 아예 찾아볼 수 없고 제주도 농업당국에서는 월동채소조정직불제(직전년도 월동채소 재배지에 타작물 전환)를 통한 생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늘 주 생산지인 서부지역은 농협마다 올해 생산된 마늘 판매가 부진하여 저장고마다 팔리지 못 한 마늘이 가득차 있다고 한다.

마늘종자를 준비했던 농가들은 파종도 하기 전에 벌써 내년에 생산되는 마늘판매에 대한 걱정들을 늘어 놓기도 하지만 대체작물은 없어 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령노인들을 애둘러 파종을 하기도 한다.

이즈음 제주도 농촌은 이미 내년 경제의 흐름을 예견하고 있어 신바람 나는 곳은 별로 찾아보지 못 하는, 여느 해와는 조금 다른 여름의 막바지를 보내고 있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농촌의 모습은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안정된 가격수취가 가장 먼저 전제되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 농촌공동체의 자긍심 확보를 위한 최소의 필요충분조건은 영농행위를 하는 모든 농가들이 농업에 대한 자존감과 당당함이 누구에게나 갖추어 질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장치가 있어야 될 것이다.

수 차례 거론되었지만 우리네 농촌에서 농업이 가지는 다원적 기능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식량생산을 하고, 식량안보의 중요한 기능을 하면서 우리의 국토를 유지보전하고 환경과 생태를 지키는 너무나 중요한 역할과 우리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살아있는 이유와 살아가야 될 분명한 명제를 주는 전통문화의 유지와 농촌공동체의 활력을 증진하는 건전한 사회문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이것이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다.

수 많은 산업들 가운데 이보다 더 강력하고 필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산업군이 있는가? 이 땅에 우리가 안전하게 서 있을 수 있고 이웃과 가족들과 여유있는 삶들을 누릴 수 있는 것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군인들만이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떠받치고 있는 농업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가 농업국가에서 수출주도형 산업국가로 산업의 우선순위가 바뀌면서 파생되는 수많은 문제들(물론 긍정적인 부분인 경제적인 부분은 압도적이다)을 풀어가는 것도 결국 우리 농촌의 공간과 구성원들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욱 다양한 형태의 직불금 제도와 지원에 대한 장치가 마련되어져야 한다. 또한 농산물을 소비하는 소비자, 그리고 농촌의 경관을 즐기는 힐링족 모두가 농업인들의 가치를 존중하고 경외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되어져야 할 것이다.

문화·복지분야 제주시 한림읍 귀덕1리 콘테스트 모습.
문화·복지분야 제주시 한림읍 귀덕1리 콘테스트 모습.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되어 온 중앙정부의 재정자원 마을만들기 사업들이 2020년부터 지방정부로 재정이양이 되는 여건변화로 제주도도 마을만들기에 대한 체계개선 및 제주도에 걸맞는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언젠가 피력했던 것처럼 우리에겐 기회도 될 수 있으나 방만하고 소극적인 대처가 될 때는 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가장 발빠르게 제주도의 몸에 맞는 옷을 만들고자 수 많은 숙의들이 진행되었고 더 많은 논의들이 진행될 것이다.

더불어 잘사는 마을, 주민이 행복한 마을 구현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제주도의 정체성에 맞는 문화를 중심으로 인재들을 육성해내고 우리네 마을들이 부족함과 넘침을 제대로 파악하여 그 부분들을 채우고 나누는 역량들을 강화시키며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해 나갈 것이다.

이 기회에 제주형 마을만들기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심도있고 미래지향적인 논의가 진행되어져야 한다.

과연 우리가 멋과 맛, 색깔과 향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 어떠한 자양분이 필요한지, 어떻게 적재적소에 투입이 되어져야 할지를 서두르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 마을은 살아있는 유기체가 되어야 한다.

마을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매일 매일 진화하는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아무리 멋있는 목표가 설정되더라도 이를 떠받치는 제도와 지방정부의 행정전문가들의 뜨거운 가슴이 병행되어져야 한다.

마을리더나 주민들만의 소명이 아닌 행정가들의 소명과 철학이 그리고 전문가들의 혜안이 모아질 때 비로소 제주형 마을만들기가 완성되고 이는 우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농촌마을 홍보 부스 모습.
농촌마을 홍보 부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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