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제국 뿌리 찾아 세계 최대 호수로 향하다
거대 제국 뿌리 찾아 세계 최대 호수로 향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2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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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바람의 고향, 초원의 나라 몽골
원제국 발상지 바르크진을 가다(1)
러시아 시베리아에 있는 세계 최대 담수호인 바이칼 호수 전경.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넓은 호수가 감탄을 자아낸다.

초원의 나라 몽골, 돌하르방의 고향을 시작으로 내몽고 사막지대까지 돌아 마지막으로 원제국의 고도(古都)를 끝으로 몽골 기행을 마칠까 합니다. 15년간 구석구석을 다녔다지만 그 넓은 몽골, 그저 스쳐 지나가는 정도였을 뿐 깊은 속살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갈수록 신비스러운 몽골, 짧은 내몽고 여행을 뒤로하고 이제 원제국의 발상지 바르크진으로 향합니다.

그 해도 일찍 몽골에 도착해 국제학술 세미나를 마치고 몽골아카데미 교수팀과 한국 몽골학회 공동으로 원 몽골 발상지인 바르크진을 답사하기 위해 러시아 시베리아에 있는 브리야트 공화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바르크진은 시베리아에 있는 세계 최대 담수호인 바이칼 호수 중앙에 있답니다.

브리야트 공화국의 수도 울란우데 광장에 서 있는 거대한 레닌 흉상.

브리야트 공화국은 몽골과 러시아 접경에 위치해 비행시간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숲으로 우거진 시베리아 벌판을 보고 있으니 벌써 도착했답니다. 난생 처음 밟아보는 러시아,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바이칼 호수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넓어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습니다.

브리야트 공화국 수도인 울란우데에 도착, 광장 부근 숙소에서 일정 브리핑을 하는데 러시아 정세가 좋지 않으니 될 수 있으면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합니다. 호텔 밖을 맘대로 다닐 수 없을 만큼 정세가 불안하다면 뭐하러 이런 곳을 왔느냐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찌합니까. 이 나라에 대해 잘 아는 교수의 말이니 따를 수밖에 없지요.

심심해서 호텔 정문에 앉아있는데 한국 사람인 듯한 분이 지나가다가 우리를 보고는 한국에서 왔느냐?”고 묻습니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왔다는 김 선생이란 분이었는데 어디를 갈 계획이며 왜 여기 앉아있느냐고 재차 묻습니다. “이곳 치안이 불안해 밖으로 나다니면 위험하다 해서 이렇게 있다고 하자 그는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고 러시아 사람들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저쪽에 가면 고려인 까레이스키들이 모여 사는 곳도 있으니 가볼 만 하다고 알려 줍니다.

우리는 4명이 별동대(?)를 조직해 무작정 버스를 탔습니다. 말도 안 통하지만 떠나고 보자는 마음으로 버스를 탔는데 거구의 아주머니가 뭐라고 하는 눈치가 표를 사라는 것 같습니다. 돈을 주자 영수증 길이가 얼마나 긴지 놀랐습니다.

몇 정거장을 가다 보니 시장이 보여 주저 없이 내렸습니다. 시장을 돌아다니다 수박을 썰어 파는 곳이 있어 수박 한 조각을 사 먹으며 맛있다고 우리끼리 말을 하는데 그 말을 듣던 수박 파는 아주머니가 맛있다며 우리말을 합니다. 깜짝 놀라는 표정을 하자 자신의 부모님이 하는 말이라며 자기는 까레이스키, 고려인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손을 덥석 잡고 우리는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수박을 그냥 먹으라고 줍니다.

선물용으로 준비했던 시계를 그녀에게 줬더니 수박 한 덩어리(당시 수박 가격은 35000루블이었다)를 더 주면서 인근에 있는 고려 여인들에게 우리를 소개해줬습니다. 덕분에 한참 동안 동포의 정을 나눴답니다.

그녀는 또 바이칼 호수에서 잡은 숭어처럼 생긴 오므리라는 민물고기를 값도 안 받고 주겠다고 합니다. 겨우 값을 치르고 도망치다시피 시장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녀는 돌아오는 길에 꼭 자기 집에 놀러 오라며 멀리까지 배웅을 해줬습니다. 호텔에 돌아와 오므리로 매운탕을 끓여 모처럼 우리 음식을 차려놓고 까레이스키 이야기를 나누며 울란우데의 첫날을 즐겁게 보냈습니다.

울란우데 시장에서 수박 장사를 하는 고려 여인.

몽골 수도가 울란바토르고, 브리야트 수도가 울란우데이니 그 이름에서부터 몽골풍임을 짐작할 수 있지만, 원래 명칭이 브리야트 몽골 자치공화국이었다가 1958년부터 몽골을 빼고 브리야트 공화국이라 부르고 있답니다. 명칭은 변했으나 곳곳에 몽골의 냄새가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울란우데 시청 앞 광장에 커다란 흉상이 하나 서 있어 가까이 가보니 레닌 두상입니다. 소련(蘇聯) 때 사회주의국가 곳곳에 세워졌던 레닌 동상들은 러시아 연방국이 되면서 거의 다 철거됐습니다. 하지만 일부는 예술적 가치 등의 이유로 남겨뒀는데 이곳에 있는 레닌 동상도 유명한 조각가가 만들었답니다. 그러고 보니 몽골 울란바토르 호텔 앞에도 자그마한 레닌 동상이 있었던 게 기억납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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