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인연
소중한 인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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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보람된 일을 하면 몸은 힘들지라도 마음만은 풍요롭다. 유년시절에 만났던 이웃 어르신이 어느 덧 팔순, 구순을 넘겨 백발이 성성하다. 지금까지 살아 온 인고의 세월이 얼굴에 그대로 보여진다. 곱게 나이들어 가는 모습이 온화하고 아름답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옆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동네가 한 가족처럼 지냈다. 지금도 친정에 가면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된 기분이 드는 것은 나의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마을 복지관에서 모처럼 어르신들을 위한 식사대접을 하는 날이다. 전에 친정아버지께서 복지관에서 노후를 보내는 동네 어르신들께 그동안의 신세도 갚을겸, 식사대접을 하고 싶다는 말을 넌즈시 하셨다. 나또한 기회에 마을에 봉사도 하고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복지관에 도착하니 여러 어르신들이 담화를 나누고 계셨다. 나이 80이면 어르신에 속하는데 이 곳은 장수 노인이 많아서 80세는 젊은 층에 속한다. 노인회의 연령대가 평균 85세 이상이다.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계시는 어르신들도 고령이다. 어르신들이 많다보니 부녀회를 비롯하여 노인회가 잘 운영되고 있어 효를 실천하는 마을로 정평이 나 있다.

전에 어느 시인의 인문학 강의를 들으면서 효에 대한 설명을 인상 깊게 들었다.

늙을 로()를 눈여겨보면 흙토 변에 빗금이 그어있고, 비수 비()가 들어있는 형상이라 하였다. 그러니까 이미 반은 땅 속에 있어서 그 설움이 비수를 품은 아픔과 같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효도 효()자도 누구나 언젠가는 땅 속으로 가야 하기에 자식도 부모님을 잘 공양하여 효심을 지니라는 의미라고 하였다.

사회발전과 더불어 동네마다 지자체 마을회관이 결성되어 노인의 복지증진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마을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에 맞추어 노후여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연중행사로 시니어 댄스 등 마을 대항 친선 스포츠를 즐기기도 한다. 행정기관에서도 예산을 편성하여 노인들의 건강을 위한 의료시설을 확충하여 젊게 사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노인복지가 잘 되어야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한 쪽에선 할머니들이 모여 화투놀이를 하며 옥신각신이다. 10원짜리 동전을 가지고 내기를 하는 모양이다. 치매예방을 위해선 화투놀이만 한 게 없다. 가끔은 화투놀이 할 때 쓰라며 지나가는 길에 동전을 모아 건넨다.

노인들은 대부분 할머니들이다. 세월이 어느 만큼인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연륜의 흔적들이 알알이 박혀있다. 할아버지들은 먼저 돌아가시고 안 계시다. 통계학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장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며 부둥켜안아 드리기도 했다. 모두들 반가워 어쩔 줄 모른다. 얼마만인가, 진작 찾아 뵀어야 하는데 송구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상차림에서부터 마무리까지 분주하게 움직였다. 식사대접은 물론 조촐한 선물까지 안겨드리니 어르신들은 고마워 어쩔 줄 모른다. 몸은 비록 파김치가 되어 힘들지만 마음만은 행복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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