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통합의 리더십'
DJ의 '통합의 리더십'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9.08.1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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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보면 2010년대 초까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다가 최근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직 국가수반 선호도는 대체로 업적과 인품 등 본인 특성과 현시대가 처한 심각한 사회문제, 그리고 재임 중인 대통령과 대비되는 점 등 세 가지에 많이 좌우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박정희 전 대통령 선호도가 높아지고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이 아쉬운 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기가 높아지는 식이다.
하지만 영남에서는 박정희이고 호남에서는 김대중이라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부동이다.
제주도에서는 어떨까.
잘 모르겠지만 두 분에 대한 선호도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난주엔 서거 10주기를 맞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와 삶을 되돌아보는 기념행사가 많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목포상고를 졸업한 뒤 대학 진학 대신 상선회사에 들어갔다. 한땐 사업을 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이런 전력이 외환 위기를 극복한 현실 감각과 실용주의 외교로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사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말은 ‘서생(書生)적 문제 인식과 상인(商人)적 현실감각’이다.
서생적 문제의식만 가지면 탁상공론이 되기 쉽고 상인적 현실감각만 지니면 저급한 장사치가 되기 쉬우니 ‘서생의 길’과 ‘상인의 길’ 가운데 있는 ‘중용의 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가 보수의 아이콘이었던 김종필과 정치연합을 통해 정권교체에 성공한 뒤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국민들과 함께 외환위기를 극복하게 된 길이 바로 ‘중용의 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불신을 받는 집단 1위는 늘 정치인이다. 정치불신을 넘어 정치혐오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이 정치 지도자들을 걱정하는 판이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리.
하기야 과거엔 모든 정보가 정치권력에 있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공간의 경계 없이 정보가 공유되는 세상이다.
정보 권력을 독점하던 시대의 정치지도자들은 폭우 속 제방을 보고 물이 넘칠 것 같으면 사람들에게 둑을 쌓고 물길을 내게 했다. 그게 정치라고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다. 제방에 물이 얼마나 찼는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국민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는 달라져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의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는 것, 바로 대중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 정치의 몫이 아닐까.
우리 3류 정치가 필부(匹夫)도 아는 이런 걸 깨닫지 못하니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이 좋은지 나쁜지는 국민이 더 잘 알고 있다.
경제상황에 대해 한쪽 눈, 한쪽 귀로 보고 들을 게 아니라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어제 김대중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을 배척하며 진영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했다”고 고인을 기렸다.
또 김 전 대통령이 생전 강조했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의 조화를 통해 여야 정치권과 한일 양국이 모두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 갈 때라고 했다.
문의장도 우리 정치가 지나치게 서생적으로 치우쳐있는 느낌인 모양이다. 서생적 문제의식이 이상(理想)이라면 상인적 감각은 현실(現實)이다.
우리 정치가 현실 감각을 통해 좌·우 진영을 가리지 않는 ‘소통의 정치’, ‘통합의 리더십’이 발휘됐으면 좋겠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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