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사수도 번식지’ 집쥐·낚시로 ‘훼손’
천연기념물 ‘사수도 번식지’ 집쥐·낚시로 ‘훼손’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08.1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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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수 증가한 설치류가 슴새 등 알·새끼 포식
낚시꾼 출입으로 오염되면서 번식 성공률 저하
설치류 완전 박멸·문화재청 토지 매수 등 필요
집쥐에게 포식당한 슴새 알. 사진=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집쥐에게 포식당한 슴새 알. 사진=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 사수도 바닷새류 번식지’가 집쥐 등 설치류 증가와 잦은 낚싯배 출입으로 훼손되고 있다.

멸종위기야생동물인 흑비둘기와 여름철새인 슴새의 국내 최대 번식지로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큰 만큼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3개월 간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을 통해 ‘제주 사수도 바닷새류 번식지 설치류 현황 파악 및 모니터링 연구’를 실시했다.

사수도는 추자도에서 약 23.3㎞ 떨어진 곳에 위치한 무인도서다. 면적은 13만8701㎡에 이르며 현재 추자초등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소유하고 있다.

연구 기간 사수도와 주변 해상에서 발견된 조류는 총 25종으로, 이 중 슴새, 흑비둘기, 매, 칼새, 섬개개비 등 5종은 사수도에서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사수도에 유입된 집쥐가 조류의 번식을 방해하는 지 확인하기 위해 섬 전역을 대상으로 배설물 흔적을 확인했으며, 무인센서카메라 및 포획트랩 등을 설치해 개체수 파악에 나섰다.

조사 결과 사수도에서 서식하는 집쥐의 밀도는 평균 93.2개체로, 한해 최소 30쌍의 집쥐가 연 2회 번식할 경우 개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사수도 내 집쥐는 슴새 등 바닷새의 번식 성공률을 떨어트리고 있다.실제 연구진이 무작위로 선정해 관찰한 슴새 번식 둥지 41개 중 8개 둥지에서 집쥐에 의한 포식 증거(알 포식 5개 둥지, 새끼 포식 3개 둥지)가 발견됐다.

또 20개 둥지는 알 또는 새끼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고, 새끼의 존재가 확인된 둥지는 단 12개에 불과했다.

집쥐는 섬에 정박한 낚싯배를 통해 사수도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사수도에서 서식하면서 바닷새의 번식을 방해하고 있어 완전 박멸을 목표로 포획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낚싯배 등 사람의 출입도 사수도 바닷새의 번식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수도는 공개 제한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출입 시 문화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한 해 평균 1800여척의 낚싯배가 무단으로 드나들면서 폐어구 등 해양쓰레기 발생, 기름 유출 등의 오염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해양 환경에 민감한 바닷새들의 먹이자원 확보에 영향을 끼쳐 낮은 번식 성공률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맡은 제주대 산학협력단은 사수도 바닷새류 번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집쥐 완전박멸 ▲지속적인 번식 피해 현황조사 및 설치류 조사 ▲낚싯배 등 사수도 출입을 막기 위한 해양경찰의 단속 강화 ▲국가지정문화재 공개제한 안내문 설치 ▲주변 해역 선박 우회 및 지나친 어획 금지 ▲문화재청의 토지 매수 등을 제시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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