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음식과 한약의 차이
제철 음식과 한약의 차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1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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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진 한의사

한여름 무더위 지쳐있다가도 제철 음식으로 차려진 식사를 하고 나면 새롭게 힘이 난다. 이처럼 무더위를 견뎌낼 수 있게 해주는 우리 식자재와 음식들이 있다. 수입 농산물로 사계절 풍성하게 먹을 수 있게 됐지만, 제철을 맞이한 우리 농산물은 나름의 기능성이 있기에 알고 먹으면 약처럼 활용이 가능하다.

초여름 청매실은 여름 더위에 찬 음식을 많이 먹다 생기는 배앓이에 요긴한 약재였는데 요사이 설탕에 절여 매실청 음료로 활용되고 있다. 열을 내려주면서 소화력을 강화시켜주기에 여름 소음인에게 약과 다름없는 음료가 된다. 오이와 참외는 열을 내려주면서 진액을 보충해주는 기능이 강한데 땀을 많이 흘려 체액이 손실되어 침과 위산이 부족해져 소화력이 떨어지는 소양인에게 입 마름을 없애줘서 채소 이상의 약효를 발휘한다. 수박은 소변을 통해서 속 열(노폐물)을 내려주는 기능이 강한데 더위에 지쳐 젖은 솜처럼 몸이 무거워진 태음인에게 꼭 필요한 약효를 발휘한다.

우리 조상님들이 수많은 자연 생명 중에서 기능성 있는 동식물들을 살펴, 찾아, 곁에 두고, 정성을 쏟다 보니 후손들에게 좀 더 유익한 형태로 조금씩 품종이 개량되어 오늘날에 이르렀지 싶다.

한의사로서 적기에 나와 적소에 발휘되는 제철 음식의 값어치를 헤아려보면, 한약에 버금가는 효능이 있으면서도 저렴한 가성비와 약보다 맛좋은 가격 대비 만족도 상 한약의 판정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래도 각자 맡은 역할이 있을 터이기에 한약과 더불어 제철에 나는 약효를 가진 음식의 차이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렇게 두 가지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초근목피만으로도 버텨온 조상들의 지혜와 강인한 생명력이 오늘날의 풍요를 토대로 재현된다면 좀 더 건강한 나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식약청에서 한약과 식품을 구분하고 양약도 전문과 일반의약품을 구분하여 각각의 관리와 유통을 달리하는 세상이지만 한의학에서는 한약과 음식을 구분하지 않았다. 한약에 관련한 책을 본초서라고 하는데 여기에 각종 식자재들이 설명된 것은 식자재의 약한 기능성을 보완하는 넓은 대중성이 가지는 파급효과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둘을 구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요즘의 약과 식품의 개념으로 차이를 설명하자면 '식품은 덜 치우친 한약이고, 한약은 좀 치우친 식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의학에서 질병이란 '균형을 잃은 것'으로 이를 회복시키는 것에는 몸으로 하는 수양과 받는 침구 시술 그리고 먹는 한약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을 정도로 구하기 쉽고 성미가 부드러우면서 약간 치우친 성질을 가진 것을 ‘음식’이라 할 수 있겠고, 구하기 쉽지 않으면서 성질이 치우쳐 과용 시 독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을 '한약'이라 할 수 있겠다.

조금 치우친 한약의 경우 제대로 진단하여 적당량을 쓸 수 있는 전문가가 사용하면 치우침을 신속히 해결하는 약이 되고, 그렇지 못하게 되면 독이 될 수 있겠다. 이에 대한 전문성의 필요로 영역을 법으로 인정받은 자들이 한의사이기에 한약의 안전한 활용과 발전을 위한 전문가로서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기보단 영역을 존중하는 것이 우리 공동체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자세라고 생각하는데 한약을 배운 적도 없이 한약의 독성을 부각하면서 한약을 폄훼하면서 밥그릇 싸움으로 한의사의 권위를 실추시키려는 의도가 우리 사회에 공공연하게 주목받는 게 현실이다.

이렇듯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으니 정작 한약이 독성관리가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예를 들자면 요즘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굼벵이 음료의 경우 한약명으로 '제조(蠐螬)'라고 하여 해독기능이 있는 데 반해 독성이 있어서 간이 강한 태음인에게는 무난하지만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는 간 수치를 상승시키기 쉬워 독성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별다른 제약 없이 건강기능식품으로 유통되고 있다.

한약의 중금속오염 또한 한약 유통의 문제로 한약의 효능과는 별개의 문제인데 보약이 유행할 만한 가을이 되면 중금속 문제가 매스컴에 회자 되곤 한다. 결과로 우리 사회는 홍삼 건강 식품회사를 필두로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다국적기업에 보약 시장을 내주고 희석된 홍삼 한 가지 약재에 보신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시나브로 '보약=홍삼'이 돼버린 것이 우리의 현재 수준이다. 고사리 같은 유독성 초근목피마저 법제하여 식품화해냈던 조상들이 이를 본다면 '단순하게 풍요롭고, 다양하게 빈곤하다'할 것이리라. 이런 현실만 봐도 세상이 꼭 진보하는 것만은 아니기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정책의 하나로 한약의 건강보험 적용이 곧 시행될 예정이라 한다. 한약 안정성과 유해성으로 우리 사회를 갈라치는 세력이 등장하더라도 공동체 발전의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제철 음식을 한약으로 맘껏 활용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 부담 없이 한약이 활용되는 바람직한 세상을 기대해 본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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