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일본이라는 나라는?
나에게 일본이라는 나라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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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일 갈등의 국면이 낯설다. 덕분에 나에게 일본은 어떤 나라일까 되돌아볼 기회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등의 역사적 이유로 내가 배운 일본은 언제나 물리쳐야 할 적이자 사악하기 그지없는 민족이다.

악의 존재였던 일본에 대해 관심이 간 계기는 전국시대 세 인물의 역할이 컸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울지 않는 새를 어찌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3명 지도자의 성격을 비교하고 이를 경영에 적용하던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였다.

울지 않는 새는 죽여 버리겠다, 새를 울도록 만들겠다. 울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세 지도자의 성격을 통해 경영과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가 한참 회자되곤 했다.

직장에 들어간 후 일본에 10여 일간 여행을 간 일이 있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막 시작된 때였으니 해외여행의 꿈이 실현되는 첫 시기였던 때다.

당시 도쿄와 오사카 등 주요 도시를 겉핥기로 돌아다니며 받은 인상은 경이와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일본은 주요 방문지였고 그 때마다 일본 방문의 목적은 거의 동일했다. 선진시장조사. 일본을 보면 한국의 10, 20년이 보인다는 것이 정설이었고 이로 인해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고 새로운 물건을 찾아내고 앞으로의 트렌드를 분석하기 위해 일본 사회를 둘러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히트 상품은 물론 새로운 가게나 식당 혹은 프랜차이즈, 가전제품 등 다양한 물건과 유행을 찾아보는 일이 일본 방문의 목적이었다.

·일 국교 정상화 이후 역사와 상관없이 일본 제품과 문화는 미국과 더불어 한국의 시장과 사회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다.

나는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서점에 간다.

눈으로 보고 쇼핑을 통해서 얻는 지식이나 감각과 달리 그 사회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가늠자를 잡지와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서점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나면 발로 미처 가보지 못 한 일본의 구석구석을 둘러본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선진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으며 정리된 내용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가 찾아왔다. 언제부터인가 일본의 전자 매장을 둘러본 후 사고 싶은 물건이 없어졌다.

대부분의 제품이 이미 한국에 다 나와 있는 것들이고 성능이나 가격에서 일본제품이 앞서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실생활의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들을 선보이는 도큐핸즈나 로프트에 가도 사고 싶은 물건들이 별로 없어졌다.

2년 전 서점을 방문했을 때 더 이상 일본의 서점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몇 시간 동안 서고 이곳저곳을 뒤졌지만 득템을 했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없었다. 일본의 문화나 문물이 새롭거나 선진적으로 앞서간다고 느끼지 못했다.

올해 초 일본을 다녀오면서 일본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저력이 강한 국가지만 그 힘이 과거에서 나오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미래를 담보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약해졌다.

물론 아주 많은 부분에서 일본은 우리보다 아직 앞서 있다. 일본은 여전히 우리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만큼 기술과 문화적으로 앞선 부분이 많다.

더구나 일본은 토착왜구라 불리어 마땅한 기생집단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영향도 크게 느껴진다.

이제 두려움은 일본의 몫이고 친일파의 몫일 뿐이다. 과정에 어려움은 있겠지만 일본을 넘어서려는 본격적인 여정을 선언해도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

다만 그 때까지 친일의 잔재를 솎아내는 작업은 계속되기를 바란다.

지일은 있을지언정 친일이 정상인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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