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사막의 ‘에베레스트’ 신기루인 듯 닿지 않는 정상
거대 사막의 ‘에베레스트’ 신기루인 듯 닿지 않는 정상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1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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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바람의 고향, 초원의 나라 몽골
내몽고지역 사막을 찾아서-바단지린(2)
‘사막의 에베레스트’라고 불리는 비루투봉.
‘사막의 에베레스트’라고 불리는 비루투봉.

사막의 에베레스트라고 불리는 비루투(必魯圖·Bilutu, 해발고도 1600상대고도 500m)봉의 모래능선을 헉헉거리며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일행보다 먼저 오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 여성 분이 가파른 사구를 오르고 있어 순간 ~대단한 분이네. 저 가파른 사구를 어떻게 오르려고 저리로 갔을까. 힘들텐데하고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울릉도에서 왔다는 그 분은 평소에 산을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아마도 성인봉을 오르며 체력 단련을 많이 했는지 가파른 사구를 거뜬히 오릅니다.

비루투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분화구처럼 생긴 거대한 모래사구 두 개를 거쳐야 합니다. 뒤따라오던 몇 분은 힘이든지 도중에 하산했습니다. 금방이라도 오를 것 같지만 가도 가도 그 자리인 듯, 착각인지 아니면 경사가 심해서 그런지 서 있기만 해도 흘러내립니다. 이곳 모래는 밀가루처럼 미세해서 발이 푹푹 빠집니다. 두 발 걸으면 한 발 내려와 마치 갯벌을 걷는 것 같습니다.

비루투봉을 찾은 사람들이 모래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비루투봉을 찾은 사람들이 모래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고 있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한 비루투봉 정상은 가면 갈수록 힘들고 분명 지금쯤이면 다 올랐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다시 저만치 물러 서 있어 마치 사막의 신기루를 보는 듯합니다.

금방 오를 것 같아 물도 안 가져와 목은 타지 다른 일행들은 힘들어 모두 하산했지, 진퇴양난입니다. 그러다가 잠시 쉬며 사방을 돌아보니 주변 경관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바람이 만든 모래능선은 예술작품을 방불케 합니다. 거기다 멀리 보이는 호수 풍경은 사막의 신비를 더해 줍니다.

힘들어도 조금만 더 오르자고 애를 쓰지만 타는 목과 힘 빠진 발이 협조를 안 합니다. 아래 있는 일행들이 뭐라고 손짓하며 소리를 지르는데 잘 들리지는 않지만, 빨리 내려오라는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하고 다시 걷기 시작하자 아래 쪽에서 더 요란스럽습니다. 카메라 망원렌즈를 끼고 일행들을 보니 내려오라고 열심히 손짓하고 있습니다.

참 아쉽습니다. 조금만 더 오르면 정상인데. 그러나 시간도 많이 지났고 또 숙소까지 가는 거리도 있어 저 욕심만 생각할 때가 아니기도 했습니다. 거기다 저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 것도 미안하기도 해서 할 수 없이 정상을 바로 앞에 두고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모래산은 오를 때는 무척 힘들지만, 하산길은 거의 뒹굴면서 내려오니 엄청 쉽습니다. 순식간에 내려왔더니 일행들이 왜 정상까지 다 갔는데 내려왔냐고 합니다. “내려오라고 손짓한 것 아니냐고 묻자 정상 오를 순간을 축하해주려고 소리 질렀다고 합니다. 순간 띵~하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답니다. 참 허망합니다.

사막 사진은 해가 뜰 때와 해가 질 무렵이 가장 다이나믹한 모습이 연출되기 때문에 해가 질 때까지 있다가 가자고 했지만 빨리 가서 식사도 해야 하고 오는 동안 피곤했으니 서둘러 내려가야 한답니다. 그런데 차가 달려 모래언덕을 내려설 때마다 능선미가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차를 세워달라고 하고 싶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어 무척 아쉽습니다. 이래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끼리 여행을 다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곳곳에 펼쳐지는 사막의 황홀함을 눈에 담으며 숙소가 있는 묘해자(庙海子)에 도착했습니다. 중국 최초의 사막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호수가 있는데 그 주변으로 작은 마을이 형성됐고 사원도 있습니다. 밤이 되니 하늘에는 별이 쏟아질 듯이 총총해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새벽이 되자 모래능선에 올라 일출을 보고 내려왔는데 마침 사원에서 예불을 올리고 있습니다. 스님들이 동물 뼈로 만든 피리를 불며 예불을 올리는 것을 보니 라마사원인 듯합니다.

중국 최초의 사막공원으로 지정된 묘해자에 있는 한 사원.
중국 최초의 사막공원으로 지정된 묘해자에 있는 한 사원.

바단지린 사막의 경관 중 하나가 우는 모래인 명사’(鳴沙)랍니다. 바람을 따라 모래가 움직이며 소리를 내는 것으로 공기의 습도와 온도, 풍속의 변화와 환경에 따라 명사의 소리도 변합니다. 어제는 전혀 듣지 못 해서 오늘 가는 길에는 잘 들어보자 생각하며 출발했습니다.

그동안 고비알타이, 고비사막, 향사막 등을 다녔지만 바단지린이 더 특별한 느낌이 듭니다.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곳곳에 있는 웅장한 모래산이 감탄을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결국 귀국 후 10일 만에 바단지린을 다시 찾았습니다. 정상을 눈 앞에 두고 오르지 못 했던 비루투봉도 오르고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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