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하 독립운동, 좌우를 떠나 서훈해야
일제하 독립운동, 좌우를 떠나 서훈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15 1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100년을 맞아 독립유공자 발굴과 이들에 대한 적절한 서훈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해보다 높다.
학계의 추산을 보면 1945년 8월 15일 광복 때까지 독립운동에 헌신한 개인이 300만명에 달하고 있지만 국가로부터 유공자로 평가(서훈) 받은 이는 0.5%에 불과한 1만5000여 명뿐이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공훈 평가가 시급하다는 요청에 정부도 동의하고 있어 앞으로 적지 않은 무명 독립운동가가 업적을 인정받아 마침내 어둠을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우리를 가르는 이념과 체제다. 독립유공자 서훈 확대를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고개가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에 대한 재평가란 얘기다. 일제하 독립운동에 무슨 이념과 체제가 있었는가.
정부는 지난해 서훈 기준 완화를 통해 일제하 사회주의자라도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지 않은 독립운동가라면 유공자 지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운동 계열을 양분한 사회주의 운동가들, 특히 월북하거나 북한에 체류한 이들이 김일성 정권 출범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낱낱이 밝혀내 서훈 대상인지 여부를 가늠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저런 이유로 북한지역으로 간 이후 기록이 부실하거나 김일성 정권 참여 여부(與否)를 짐작할 자료가 없음에도 서훈 대상이 못 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일제하 1920~30년대 제주 항일운동의 중심적 비밀결사단체인 ‘신인회’를 조직하고 이끌었던 조천 신촌리 출신 송종현 선생(1901~1945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반갑게도 지난 4월 제주지역 1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제주항일 독립운동가 발굴 및 서훈 추천위원회’가 구성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위원회는 유족을 찾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독립운동가 발굴을 위한 지역네트워크을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어둠에 묻혀있는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찾아내 주기를 바란다.
일신을 나라에 바치고도 서훈받지 못 한 독립운동가들에게 올바른 이름표를 찾아주고 그들의 나라사랑을 역사에 전해주었으면 한다. 음지(陰地)에서 조명받지 못 하는 애국자들을 양지(陽地)로 올려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 한다면 앞으로 누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에 한 몸을 바치겠는가.
광복 74주년이다. 일제하 애국·애족의 역사가 좌우(左右)를 떠나 온전히 복원될 때 광복의 의미가 더욱 빛난다는 점을 잊지 말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