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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가는 제주 항일운동가…서훈 확대 ‘절실’
잊혀져가는 제주 항일운동가…서훈 확대 ‘절실’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08.14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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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김계석·고차동 해녀는 이미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은 부춘화·김옥련·부덕량 해녀와 함께 제주해녀항일운동을 이끌었지만 올해 포상 명단에서 제외됐다. 사진은 지난 1월 12일 제주해녀항일기념사업위원회가 제주시 구좌읍 일대에서 진행한 해녀항일운동 재현 모습.
김계석·고차동 해녀는 이미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은 부춘화·김옥련·부덕량 해녀와 함께 제주해녀항일운동을 이끌었지만 올해 포상 명단에서 제외됐다. 사진은 지난 1월 12일 제주해녀항일기념사업위원회가 제주시 구좌읍 일대에서 진행한 해녀항일운동 재현 모습.

송종현 신간회 제주지회장 등 '사회주의 계열' 조명 미흡
고 김계석·고차동 해녀 등 여성 활동가 공적 인정도 시급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아 고 강평국 선생 등 제주 출신 항일운동가 6명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일제의 탄압에 맞선 숭고한 희생이 조국 독립 74년 만에야 빛을 보게 됐다. 그러나 아직도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이념의 잣대에 가로막히거나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항일운동사의 그림자에 갇혀 있다.

# 사회주의, 4·3에 막힌 서훈 확대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제주 출신 항일운동가 6명 중에는 사회주의 계열 운동가들이 다수 포함됐다.

지난 3월 국가보훈처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개선된 기준을 적용해 재심사하겠다고 밝히면서 고 강평국 선생과 김한정 선생 등이 광복 후 74년 만에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제주 출신 사회주의 항일운동가들은 조국으로부터 예우 받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 신좌면 신촌리에서 태어난 송종현 선생(1901~1945년)은 1925년 제주에서 ‘반역자구락부’라는 항일 청년 단체를 조직했다.

이후 제주 항일운동의 중심적 비밀결사 단체인 ‘신인회’를 조직했으며, 좌·우익 세력이 합작해 결성한 항일단체 ‘신간회’의 초대 제주지회장을 맡는 등 제주지역 항일운동을 진두지휘했다.

이때 함께 활동한 강평국·김한정 선생은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았지만 송종현 선생을 비롯한 김택수·한상호 선생 등은 ‘광복 후 행적이 불분명하다’는 등의 이유로 공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회주의 계열 항일운동가 일부는 제주4·3 당시 희생당하거나 일본으로 피신했다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조국 독립을 위한 희생이 사상과 이념에 가로막혀 있는 것이다.

박찬식 역사학 박사는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과거에 비해 유연해지면서 서훈이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제주 출신의 경우 4·3에 얽매이거나 유족들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부분 발굴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여성 항일운동가 조명 시급

제주 출신 여성 항일운동가에 대한 서훈 확대도 과제다.

고 김계석·고차동(고순효) 해녀는 이미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은 부춘화·김옥련·부덕량 해녀와 함께 제주해녀항일운동을 이끌었지만 올해 포상 명단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제73주년 광복절 경축식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계석·고차동 해녀 등 5인을 일제에 맞선 여성 독립운동가로 평가하면서 독립유공자 포상에 대한 기대가 켜졌지만 올해에도 서훈을 받지 못했다.

이외에도 여성 계몽운동과 항일운동을 전개한 김시숙 선생, 서울에서 항일 독서회를 창설해 일제에 저항했던 이경선 선생, 법정사 항일운동 당시 도민들로부터 불사금을 모아 독립군 자금으로 전달한 봉려관 스님 등 수많은 여성 운동가들이 조국으로부터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관련 학계 및 시민사회단체 등은 제주 출신 독립유공자들을 제대로 조명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공적을 뒷받침할 사료 조사를 꼽고 있다.

박찬식 박사는 “민간에서도 제주 출신 항일운동가들을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들을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으며,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 역시 “제주 여성들의 항일운동을 규명할 수 있는 자료 발굴이 가장 중요하다. 제주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자긍심을 갖는 등 제주도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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