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공동체
마을 공동체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08.11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커뮤니티’ 시대다.

국립국어원은 커뮤니티를 ‘지연에 의해 자연 발생적으로 이뤄진 공동 사회’라고 정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커뮤니티의 발생 조건인 ‘지연’이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졌다.

마을 공동체의 역할이 퇴색되고, 사람과 사람, 혹은 이웃 간 관계가 점차 단절되면서 나타난 ‘소통’의 부재를 온라인 커뮤니티가 대신하고 있다.

그래도 마을 공동체는 중요하다.

수눌음, 품앗이, 이웃사촌 등 공동체 정신을 중요시 해왔던 정서적인 관점에서 보나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제도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완벽하게 타인과 떨어져 살지 않는 이상 마을 공동체는 없어질 수 없는 커뮤니티다.

마을 커뮤니티의 구심점은 주민센터다.

주민과 행정을 잇는 다리이자, 주민들로 구성된 자생단체들을 지원하며, 대소사 등 온갖 ‘마을일’을 돌보면서 사랑방 역할도 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시 일도2동주민센터를 허물고 그 자리에 신청사와 행복주택을 함께 짓는 ‘노후 청사 복합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낡은 주민센터를 새로 짓고 위로는 행복주택까지 건설한다는 소식에 마을 주민들은 기대했다.

그런데 설계도가 공개되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좁은 민원실, 기둥에 막힌 다목적 강당, 자생단체 공간 부족 등 설계도에는 마을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한 고민이 녹아있지 않았다.

취재 과정에서 주민들은 막대한 돈을 들여 새로 짓는 데도 친환경적인 최신 설계나 공법, 마을을 상징할 수 있는 디자인마저 반영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행복주택 설계에만 매몰돼 주민센터는 등한시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려면 재설계가 불가피한데 그러면 예산도 늘어나고 착공도 지연된다는 제주도의 입장은 아쉬움이 남는다.

새로 짓는 주민센터의 주인은 주민이다.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고려해볼 사안이 아닌 최대한 반영해야 할 사용자의 주문이다. 

마을 공동체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주민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주민센터를 짓는 게 사업의 목적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