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JAPAN'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NO JAPAN'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0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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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종 문학박사·논설위원

얼마 전 고향 사람들의 친목 모임에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했다.
음식과 주류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지나가는 말로 “일본 술은 말고 예”라고 덧붙였다. 단골 모임 장소로 애용하는 제주 전통 음식점에 일본 술은 있지도 않았지만 그저 사회 분위기에 흘러나온 말이었다.
그런데 일행 중 한 사람이 이에 갑자기 정색을 하고 “일본 술이 어때서?”라고 언성을 높이는 게 아닌가.
친목 모임은 일본 제품 불매에 대한 언쟁으로 번지게 됐고 적당히 하자는 주변의 만류에 “일본 술이 어떠냐”고 했던 그분은 “나는 아베를 지지해!”라고 소리쳤다. 거기다 “아베가 수출 금지한 것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내가 싫어하는 누구를 골탕 먹이기 위해서니까 나는 아베를 지지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후 친목 모임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상품 불매로 인한 국가적 손익 계산과 그것이 문제의 해결책이 되는지 여부에서 나온 의견 개진이 아니라 국내 정치인에 대한 개인적인 지지 여부로 이런 문제에 접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일부 국민들의 시각을 일정 부분 반영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우리에게 올해는 임시 정부 100주년, 기미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다.
그 뜻 깊은 해에 일본은 작심하고 경제적 공격을 감행해 왔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 금지 조치는 그동안 우리가 일본을 경제적 모델로 삼아 일본 닮기를 노력하고 우리를 침략했던 그들의 만행을 잊고 심정적으로 일본을 최우방으로 여기던 우리에게 일본이 어떤 존재인지를 새삼 일깨워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 그 의존도를 줄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계기도 됐다.
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 3개 제품을 수출 금지했을 때에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자칫 문제 해결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이 대놓고 우리 경제 전반을 뒤흔들고자 하는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경제적 공격을 감행한 지금, 일반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들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밖에 없다.
일본의 한 반도체 전문 교수가 일본의 기습적인 한국 수출 규제를 ‘진주만 공습’에 비유할 정도로 초대형 사건임에도 당사자인 우리 국민이 손 놓고 카미카제식 공습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겠는가?
국내의 불매운동을 바라보는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과 극우 언론의 시각은 이 운동이 오래가지 않아 유야무야 되고 찻잔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며 조롱의 눈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독도 문제가 떠오를 때마다 한국에서 벌인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실패할 것으로 확신하는 모양새다.
외세는 늘 내부에서 사분오열할 때 그 틈새를 파고든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그 틈새를 메워야 할 것이다.
이번 일본 아베 정권이 취한 행태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 국민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에는 조롱 섞인 그들의 비아냥거림을 그들에게 고스란히 되돌려 줄 때다.
국내의 정치적 견해 차이로 아베 정권의 공격을 지지하며 우리 경제가 망가지는 걸 ‘강 건너 불구경’ 하지 않았으면 한다. 상대는 적을 공격하듯이 우리를 치고 들어오는데 우리는 서로 네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다만 ‘NO JAPAN’ 운동이 일반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하거나 우리의 소상공인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물리력을 동원한 방법이 아니라 순수하고 차분하게,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소시민들의 운동이었으면 한다.
그리고 일본을 향하던 관광객들이 다른 해외 관광지가 아닌 제주를 찾을 수 있도록 제주 관광에 대한 부정적 요인을 점검해 해소할 필요가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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