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부실수사, 제주경찰 전화위복 기회로
고유정 부실수사, 제주경찰 전화위복 기회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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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 사건’에 대한 제주경찰의 부실수사 논란과 관련, 경찰 수사 책임자들이 감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경찰청 진상조사팀은 이 사건과 관련해 실종· 초동조치 및 수사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다고 보고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을 비롯해 제주동부서 여성청소년과장과 형사과장 등 수사책임자 3명에 대해 감찰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고유정 사건에 대한 부실수사 논란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수사초기부터 제주경찰은 비난의 대상이 됐다. 사건 해결의 중요한 실마리가 됐던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은 경찰이 아닌, 피해자 남동생이 경찰에 전달했다. 피의자 고씨는 유유히 배를 타고 도주하며 전국 곳곳에 시체를 유기했다. 범죄 현장은 훼손됐다

이 때문에 경찰의 초동수사 때부터 부실수사 논란과 더불어 대응과정에서도 경찰의 직무윤리 등에 대한 여러 의혹을 부풀렸다. 과연 경찰이 수사 능력과 조직적 직무윤리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회의론이 확산됐다. 경찰의 수사의지 대한 불신과 의혹은 국민적 공분을 만들었으며, 급기야 경찰청은 현장점검단을 제주로 보내 제주동부서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 등 관련 부서를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 작업을 벌였다. 진상조사팀은 수사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시간이 지체되는 등 아쉬운 부분이 있어 지휘 책임을 물어 감찰을 의뢰했다. 유사사건 재발을 막기위한 대안도 제시했다. 이번 사건은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이라는 거대사안을 목전에 두고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발생해 경찰은 큰 타격을 받았다.

고유정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는 경찰에 대한 부정여론을 부풀렸다. 이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문제로 이어졌다. 과연 경찰이 수사권 독립의 의지가 있기는 한지, 또 독립 수사권을 행사할 만큼의 수사 능력과 조직적 직무윤리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하는 의문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도민들은 부패하지 않은 청렴한 경찰, 인권의식 높은 경찰, 수사 능력을 갖춘 경찰의 면모를 희망하고 기대한다. 현실적으로 경찰이 지금 제주섬의 사회질서 유지와 치안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다수 선량한 경찰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제주경찰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도민과 나아가 국민들로부터 ‘경찰을 믿고 생명과 안전을 맡길 수 있다’는 신뢰를 하나씩 쌓아 가야 한다. 이번 고유정 사건수사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수 있는 이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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