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촌마을 자존감 정립 ‘새 이정표’ 필요”
“제주 농촌마을 자존감 정립 ‘새 이정표’ 필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0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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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암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9. 道 행정적 지원 기대하며

2000년대 이후 농촌관광 해외 사례탐구 대부분 日 모방…독자 모델 만들기 중요
환경·생태 보존, 지역주민·이주민간 문화적 이질감, 소통 부재 등 함께 해결해야
道 마을만들기 전담조직 갈수록 축소 우려…‘마을이 희망이다’ 실천하는 도정 기대
40도를 웃도는 비닐하우스에서 농가의 아낙이 한라봉 매달기를 하고 있다.
40도를 웃도는 비닐하우스에서 농가의 아낙이 한라봉 매달기를 하고 있다.

뜨겁다. 당연히 뜨거워야 되는 계절이지만 보물섬 제주가 밤낮으로 끓고 있다. 7월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았기에 그 뜨거움의 정도는 더 큰 것 같다.

24절기 중 열세 번째 절기인 입추, 가을이 시작된다고 하지만 1년 중 가장 뜨거운 날들중 하루인 것 같다.

이제 처서를 전후해서 우리네 농촌은 뜨거운 날씨보다 더욱 뜨겁게 겨울작물을 준비한다. 육묘장마다 가득찬 월동작물들의 묘종들은 뜨거운 가운데서도 잘 자라고 있어 머지않아 준비된 밭에 정식되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요즈음 우리네 농촌은 작물 선택에 많은 고민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지역별로 특화되어 있는 작물(동부지역 당근, 서부지역 마늘 등)이 아닌 경우 안정된 수취가를 담보할 수 없어 투기성 작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맘때 모든 농가의 마당에는 갈옷을 만들기 위한 감물염색이 일상이었으나 요즘은 보기가 쉽지 않다.
이 맘때 모든 농가의 마당에는 갈옷을 만들기 위한 감물염색이 일상이었으나 요즘은 보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이맘때 많은 상인들이 무 계약재배 농가를 확보하기 위해 바빴었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계약재배에 따른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우리 농업인들은 방향을 잡지 못 하여 더욱 어려운 국면을 맞기도 한다.

요즈음 핵심 키워드는 극일(克日)이다.

우리네 농업과 농촌관광은 그동안 일본의 사례들을 벤치마킹하고 따라하기를 반복하지 않았나 싶다.

감귤농업이 짧지 않은 역사임에도 거의 모든 품종이 일본에서 훔쳐오거나(?) 베껴온 품종이 대부분이고 제주도 자체적으로 개발된 품종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 들여온 품종은 로열티에 발이 묶여 공식적인 유통시스템 안에서는 판매가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습관처럼 아무렇지 않게 품종갱신을 해 왔던 농가들이 당혹해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정신차려야 한다. 농업정책을 담당하는 지방정부와 영농기술과 정보를 담당하는 관계당국이 처음부터 시작해야 된다.

더더욱 감귤류농업을 영위하는 농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인간이 살아있음과 살아가야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존과 자긍심이 없으면 그 자체가 죽음과 같을 것이다.

제주농업의 근간을 떠받치는 감귤류농업에서 우리 것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우리 농업은 이미 죽음의 길로 접어들었을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극일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니다. 극일이 아니라 자존의 확보일 것이다.

농촌관광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농촌관광에 따른 해외 사례탐구는 거의 대부분 일본을 견학하고 모방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비단 제주도 농촌마을들 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농어촌마을만들기사업을 추진하는 대부분의 마을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타 국가의 성공과 실패의 사례들을 당연히 학습해야 되겠지만 모방은 안 된다.

우리의 마을사업 또한 그동안의 사례들을 점검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진실로 우리의 자존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눈 앞에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임시방편은 안 된다.

설사 바닥을 칠지라도 우리 스스로 길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마을들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 환경과 생태의 보존과 훼손, 지역주민과 정착이주민 간의 문화적 이질감, 마을리더와 주민들간의 소통의 부재 등 다양한 형태의 갈등들이 제주도를 힘들게 하고 있다. 지금 표출되고 있는 많은 모습들이 융화되고 봉합이 되게 되면 다시 한 번 제주의 가치를 크게 드러내 상처투성이인 제주 농촌마을들의 자존감 정립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다.

제주도의 농어촌마을은 도서지방을 포함하여 172개의 행정리로 구성되어 있다.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마을들이 인구감소의 모습을 보이다가 2010년 이후 조금씩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귀농귀촌에 따른 인구 증가도 있지만 수많은 개발사업과 대형 프로젝트 대상 마을 주변으로는 급격한 인구유입이 있어 행정리별 평균인구가 2010년대 초반 870여 명에서 20188월 통계청자료 기준으로는 1019명으로 전국의 259명과 비교했을 때 거의 네 배의 인구를 보인다.

우리 읍면지역의 행정리에 타 지역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과 정착을 유도하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농촌마을들이 환경과 문화가 급진적으로 변화되고 있으나 우리 제주도정은 과연 농촌마을에 얼마나 많은 관심과 행정력을 투입하고 있는지 크게 우려가 된다.

200917일 특별자치 마을 만들기 지원조례가 제정되고 광역단위 지자체 최초로 마을사업 전담조직인 마을발전과가 만들어지고 마을만들기 기본계획이 수립(2010. 2. 1)되면서 제주다움이 살아있는 마을들의 발현을 기대했으나 점점 마을과 관련된 행정시스템이 축소되더니 지난해 8월 특별자치행정국 자치행정과 마을발전팀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참으로 안타깝고 화가 치밀지 않을 수 없다. 농어촌 마을의 자존감 회복과 정립은 마을주민과 리더들만의 힘으로는 결코 쉽지 않다. 직제가 축소될 때마다 마을에서 느끼는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적어도 마을 관련 사업들은 행정공무원에게도 전문성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사과정에서 잠시 들르는 경유형 시스템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마을의 문화·환경·생태·복지·경관·소득 그리고 인문적인 모든 것을 통합할 수 있는 행정력을 겸비해야 된다.

결코 마을사업과 관련한 행정력을 농촌마을의 자그마한 버스정류장처럼 생각돼서는 안 된다.

제주도정이 진실로 제주의 가치와 자존을 지키려면 농어촌마을들에 대한 자존감 정립을 위해서 최대의, 최선의 행정력을 펼칠 때 비로소 제주도는 제주다움을 실현할 수 있는 키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너무나 식상한 선언적 캐치프레이즈 마을이 희망이다를 실천할 수 있는 제주도정을 기대해 본다.

정식 시기를 기다리는 육묘장의 월동 작물들. 안정된 가격 지지를 기대해 본다.
정식 시기를 기다리는 육묘장의 월동 작물들. 안정된 가격 지지를 기대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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