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지방대학의 앞 날
험난한 지방대학의 앞 날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9.08.0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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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되풀이 되는 시험이고 대입제도가 변화하면서 수시를 통한 대학 입학 기회가 늘어나면서 예전보다 수능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수능을 치러야 하는 수험생들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 특히 여름방학을 맞아 계속되고 있는 폭염 속에서 이를 견디며 묵묵히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볼 때면 가슴이 짠하게 아려온다.

무더위에 지쳐가는 8월이 되면 수험생들은 집중력을 잃게 된다. 특히 현행 대입제도와 같이 수시와 수능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수험생들에게 8월은 ‘고난의 달’이다.
이번 달 22일부터 수능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실시하는 마지막 모의고사가 9월 4일 예정돼 있고 이 모의고사가 끝나면 9월 6일부터 수시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수험생들에게 8월은 대입준비를 위한 마지막 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대입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행사’이다. 그만큼 수능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이다.
우스개 소리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놀라는 것이 수능 영어듣기평가를 위해 항공기 운행마저 멈춘다는 점이다.

학교와 입시 기관들이 하는 이야기를 기자도 수험생들에게 하고 싶다.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절대 자만하지도 포기하지도 말라고 말이다.

이렇게 전국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대학 입학을 위해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 지난 6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혁신지원방안을 보면서 한 숨이 나왔다.
교육부는 이날 ‘대학 혁신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 대입가능자원은 47만8376명으로 지난해 기준 대학입학정원 49만7218명보다 적다. 5년 후인 2024년이 되면 대입가능자원이 37만3470명으로 40만명 밑으로 떨어지면서 입학정원에 견줘 12만3700여 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2021년 실시될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옛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는 대학입학정원을 인위적으로 감축하지 않고 대신 대학이 자체 계획을 수립해 정원을 적정 규모로 줄이도록 지원할 방침을 정했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방안의 핵심은 앞으로 정부가 일률적 평가를 통해 대학 신입생 정원을 강제로 줄이지 않고, 정원 감축 여부와 규모를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날 방안은 겉으로는 대학 자율을 확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학령인구가 너무 빨리 감소해 기존 방식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정원 감축’ 포기 선언에 가깝다.

대학가에는‘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서울에서 먼 지방 대학부터 망한다는 의미로 대학가에서 회자된 지는 꽤 됐지만 이번 교육부 발표로 이는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새로운 방침대로 대학이 스스로 정원 감축 등을 결정하게 되면 학생 모집에 걱정 없는 수도권 대학들은 문제가 없지만, 현재도 신입생 충원율(입학 정원 대비 실제 모집 인원)이 낮은 지방 사립대들은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입학 정원을 줄여 충원율을 높일 수밖에 없게 된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수능이 관심을 끄는 것은 이른 바 ‘인 서울’때문이다.
수험생 대부분이 ‘인 서울’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이번 방안이 현실화되면 지방의 대학교들은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는 지역 문화의 위기로 직결될 것이다. 대학은 단순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와 호흡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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