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0-19 10:00 (토)
익숙함의 소중함
익숙함의 소중함
  • 제주일보
  • 승인 2019.08.06 1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은숙 제주지방법원 가사상담 위원·백록통합상담센터 공동소장

제주에서 태어나 20년을 살다가 이후 30년 넘게 방문객처럼 제주를 다녀가다가 지난해부터 제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제주는 익숙하기도 낯설기도 하다.

낯설다라는 감정을 크게 느꼈던 경험 중 하나는 거문오름을 방문하려면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였다.

일상의 많은 일 중 예약하고 행해지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어쩌면 그동안의 난 제주의 자연에는 다소 무심하거나 무례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도 그 낯섦의 감정에 한몫했다.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입장객 수를 제한하는 사실 앞에서는 제주 출신인으로 뿌듯한 마음이 큰 것도 사실이었다.

제주에서 어떤 자연의 장소를 예약하고 간다는 것. 다소의 번거로움을 통해 전해지는 불편함이 자연과 더불어 오래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당연히 감수해야 할 기분 좋은 불편함일 수도 있음을 느끼게 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제주에서 살았던 학창 시절 동안 눈이 많이 와서 통제됐던 5·16도로 앞에 서 본 경험, 비가 많이 와서 터진 내창’(시내보다는 크지만 강보다는 작은 물줄기를 일컫는 제주 방언) 때문에 등교하지 못했던 친구들의 소식, 폭포 물을 맞고 왔더니 신경통이 낫더라는 동네 할머니 이야기 등은 늘 겪었던 일들이었다.

그렇게 제주는 자연이 사람에게 신호를 보내주고 사람이 다시 자연의 신호에 응답하며 서로를 보듬고 어우러져 살아가는 장소였음을 이제 알 듯하다.

과거에는 자연이 그리 소중하다고 느끼지 못했었다. 30년 넘게 육지 생활을 하다가 나이가 들어 제주에 돌아와 다시 제주 자연을 느껴보니 그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고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었다.

제주에선 제주 자연의 소중함을 잘 모르듯이 익숙한 친구, 가족도 이러하지 않을까?

당연한 것은 소중한 줄 모른다. 가족 간에 실수하거나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러다가 헤어져 따로 살 때 비로소 가족의 소중함을 안다. 그래서 상담하다 보면 옛날의 좋은 기억 속으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가족 관계도 잘 유지하려면 긴장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도 그 노력을 게을리해 가족은 당연한 것이라며 가족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고집하면서 자기 뜻대로 통제하려 할 때 가족은 지쳐간다. 그런 가족에게 가족이니 내 마음을 다 이해할 줄 알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족은 함께 어울려서 사는 것이지 한쪽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마음대로 살 거라면 가족은 무의미하고 결혼생활도 의미가 없다. 그냥 혼자 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가족은 당연한 존재가 아니다. 당연히 나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는 더욱 아니다. 부부 혹은 부모 자녀 관계에서 갈등이 생길 때 한쪽이 항상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그 가족은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혹 가족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내가 가족 내에서 독재자였는지 궁금하다면 가족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나는 당신과 더 행복하게 살고 싶어, 내가 고쳐야 할 점이 무엇일까? 당신과 내가 어떤 점에서 다르지?”

물론 배우자 혹은 자녀가 갑자기 왜 이러지?’하고 당황할 수도 있지만 용기 내서 서로 이야기를 해 보자.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해 보자.

네가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한 것이라고 생각해. 네 생각대로 해 보렴.”

물론 자녀는 아직 사회 경험이 적어 시행착오를 겪을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어릴 때 그런 경험을 해 보는 것도 소중하다.

가족은 당연한 것이 아니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다.

! 자연과 가족은 그렇게나 익숙하게 늘 곁에 있지만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력이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