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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삶
서민의 삶
  • 제주일보
  • 승인 2019.08.0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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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선 수필가

서귀포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제주에서 단원 김홍도를 만날 수 있다하여 어려운 걸음을 하였다. 서귀포 예술의전당이 주최하고 안산 문화재단이 주관했다. 조선의 거리를 거니는 듯하다.

단원 김홍도는 풍속화의 대가인 줄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다. 임금님 초상화와 수원 용주사 대웅전 탱화를 그릴 정도로 최고의 도화서 화원이었다. 나라의 중요한 행사를 그림으로 기록하고 안견·겸재와 더불어 조선의 3대 화가로 불린다. 뛰어난 관찰력과 해학이 있어서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

단원 김홍도의 그림 한두 점은 우리의 삶 속에 새겨져 있다. 나는 안방에서 매일 김홍도의 그림을 접한다. 오래 전 아파트로 이사하여 장롱을 사면서 문에 새겨진 그림으로 같은 공간에서 지낸다. 해학적인 그림 덕분인지 문을 여닫을 때마다 그림 속의 사람과 대화한다.

예술의전당 전시장에는 단원 김홍도의 영인본 33점이 종이에 채색된 채로 액자 속에서 숨을 쉬고 있다. 조선 후기 서민들의 생활상을 소재로 하여 다양한 삶을 보여준다. 전국의 산천을 유람하면서 마주친 서민의 생활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그 시절 입었던 옷과 어떤 일을 하고 놀이의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진 풍속화로 남아 있어서 후세들은 감상하고 있다.

씨름·무동·서당·벼 타작·빨래터·대장간·고누놀이·활쏘기는 익숙한 풍속화이다. 씨름은 두 명이 씨름꾼이 가운데에서 씽씽 거리고 구경꾼은 둥그렇게 앉아 있는데 엿장수만은 등을 돌려서 씨름에는 관심 없다. 엿 달라고 부를 것에만 곤두서서 구경꾼을 향해 있다. 엿판을 맨 모습이 익살스럽다. 갓 쓴 사람과 상투 튼 모습, 댕기 머리를 보노라면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우물가 세 여인에는 방정하지 못한 남자가 우물가에 등장하였다. 남자는 숨이 찼는지 가슴 드러낸 모습이다. 한 여인이 물을 긷다가 두레박을 빌려주고 수줍어하며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물을 들이키고 있다. 벌컥거리는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조선 시대 남녀유별의 풍속을 걸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에로티시즘을 엿보면서 해학답다. 고기잡이와 말발굽에 판자 박기·나룻배·논갈이·나들이·장터 길은 접해보지 않은 그림이지만, 서민의 삶이어서인지 생소하지 않다.

행려풍속도라 이름 붙여진 8폭 병풍은 견본채색으로 단원의 스승이 해학적인 세태 평을 덧붙여 미술사 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한다. 250여 년 전에 제작된 산수 인물화 형식은 황톳빛으로 보관 방법이 의아하고 존경스러웠다. 나그네가 세상을 돌아다니며 관찰한 사람들의 생활과 풍습을 비단 폭에 담았다.

인성이 메말라가고 있는 요즘 혹독한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전시장을 찾는다면 며칠간 웃을 거리도 있겠다. 현대 젊은 작가도 단원 김홍도의 작품을 재해석하여 또 다른 모습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젠 제주에서도 전시장을 찾을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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