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이하’ 돌 문화 공원, 제주도 문화행정의 민낯
'기대이하’ 돌 문화 공원, 제주도 문화행정의 민낯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8.0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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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까지만 해도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 가운데 하나가 다름아닌 ‘탐라목석원’이다. 기묘한 돌과 나무로 만들어진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설화와 ‘갑돌이의 일생’이라는 코스가 인기를 끌어 모았다. 1980년대는 연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던 제주 최고의 사설관광지였다. 그 인기는 국내에 그치지 않았다. 1992년 프랑스 파리에서 발간되는 미술월간지 ‘눈(L‘OEIL)’ 2월호에 특집으로 다뤄졌으며, 2001년에는 프랑스 문화재관리국이 만드는 ‘기념비적인 것’에 세계적인 현대정원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1998년 당시 북제주군은 조천읍 교래리에 327만㎡(100만평) 규모로 가칭 돌박물관을 조성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2000년 북군은 탐라목석원으로부터 전시자료 1만2000점을 기증 받았다. 2001월 9월 돌박물관은 기공식과 함께 ‘제주돌문화공원’으로 이름을 바꿔 현재에 이른다. 돌문화공원은 당시 탐라목석원과 체결한 민·관협약에 따라 내년까지 총사업비 1537억원(국비 744‧지방비 793)을 투입해 제대로운 모습을 갖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돌문화공원은 1단계(1999~2005년)사업으로 돌박물관과 야외전시장이 조성됐으며 2단계(2006~2020년) 1차 사업으로 오백장군갤러리와 전통초가마을이 만들어졌다. 공원의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2차 사업 설문대할망전시관 조성사업은 현재 진행중이다.

그런데 내년 완공을 앞둔 지금의 돌문화 공원은 말 그대로 ‘기대이하’다. 외국인을 포함한 입장객은 지난해 20만5487명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성산일출봉 182만2660명의 11.3%, 민속자연사박물관 43만5550명의 절반선에도 못 미친다. 반면 관리운영비는 15억원으로 민속자연사박물관 11억보다 많다. 성산일출봉의 경우 지난해 관리운영비는 4억원이다. 민간보다 예산투입에 따른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행정이지만, 정도가 심하다.

돌문화공원은 현재 제주도가 관리·운영하고 있다. 운영과정에서 말 못할 사정이 있겠지만,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규모까지 과거 탐라목석원 때 보다 입장객이 턱없이 적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민간 때에는 잘 나갔지만, 관료들의 수중에 들어가선 맥을 못 추는 행정의 민낯이다. 제주의 돌 문화는 제주가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없는 무한 경쟁력을 갖춘 문화자원이다. 그런데도 결과가 이 지경인 것은 제주도의 ‘복지부동 결과물’이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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