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보는 ‘두 생각’
일본을 보는 ‘두 생각’
  • 정흥남 편집인
  • 승인 2019.08.0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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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에서 가장 두껍고 튼튼한 힘줄. 두말할 나위 없이 아킬레스건이다. 이 힘줄이 끊어지면 달리거나 높이 뛸 때 다리를 사용하지 못한다. 비유적으로 쓰는 아킬레스건은 우리나라 국립국어원은 ‘치명적 약점’이라는 우리말로 다듬은 바 있다.

일본의 대한민국에 대한 무역보복으로 우리나라 전체가 요통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우리 법원의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자산 강제 환수 결정, 한일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분쟁 등으로 인해 양국 간의 외교적, 정치적 갈등이 누적된 결과물이다.

일본은 7월 4일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동했다. 우리나라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치에 사용되는 핵심소재의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지금 양국 간 갈등은 끝 모를 곳으로 나간다.

일본은 무역보복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을 겨냥했다. 어느 분야에서건 ‘최고의 강점’은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이 때문에 지금 많이 아프다.

이성적 해결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지금 이성은 없고 오로지 감정만 넘친다.

#제주 재일동포...애잔한 생각

지금 대한민국 전역에서 반일 감정이 격하게 일고 있다. 제주라고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제주는 일본과는 과거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산업이 상징이다. 1950년대 재일동포들에 의해 감귤 묘목이 활발하게 제주로 들어왔다. 이렇게 기반을 다진 감귤산업은 제주의 중요한 수입원의 하나다. 온주밀감을 기반으로 하는 감귤산업은 연간 조수입 9000억원에 이르는 제주의 근간산업이다.

나아가 현재 재일교포 수는 일본귀화 등으로 점차 줄어들어 50만 정도로 추정되지만, 이 가운데 제주 출신이 9만명 정도 된다. 전국 인구분포에서 제주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유독 일본에 ‘제주의 후예’들이 많다.

이들은 과거 일제의 침탈로 궁핍한 생활을 하던 중 정치사회적 혼란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들은 일본인들이 꺼리는 고된 노동에 시달리며 억척스럽게 삶을 일궜다.

1세대 제일교포들. 제주 마을 가운데 이들의 지원이 서리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재일교포들은 온갖 수모와 풍상을 겪으면서도 고향을 위해 헌신했다. 제주는 이들을 잊지 못한다.

때문에 지금 이들을 보면서 애처로운 마음과 애틋한 마음이 겹친다.

#“그래도 내일은 이긴다”

제금 제주 또한 양 지역 간 교류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 제주도 공무직노조 등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나섰다. 양 지역 지자체간 예정됐던 교류 사업들이 취소되거나 보류되는 상황이 현실화 됐다.

일본은 여전히 제주경제의 일부분이다. 이른바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빈 공백을 일정 부분 일본이 관광객이 채웠다. 일본관광객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침체에 빠졌던 외국인 관광시장이 점차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올 5월까지 제주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2만514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방문한 1만4432명 보다 74.2% 늘었다. 6월과 7월에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혹시 이들도 발길을 돌릴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일 갈등이 격화될수록 9만 재일 제주인이 맞게 될 우리나라와 제주 때문 일 수 있는 ‘혹시’, 일본 관광객의 제주방문 외면, 양식넙치로 대표되는 제주 생산품의 대일수출 감소. 때문에 일본을 바라보는 지금 제주가 착잡하다.

그렇더라도 정치 때문에 경제(무역보복)를 끌어들인 행위는 비겁하다. 그래서 지금 아프지만 내일은 이긴다는 믿음이 나온다.

광복절 8월이다.

 

정흥남 편집인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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