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시대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
G2 시대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7.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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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울 고문헌 박사·논설위원

지정학으로 보는 한반도-한반도 분단 극복을 위하여(6)

1945년 광복 직후 소련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그어졌던 38선은 휴전선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 사이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개혁 개방의 길로 들어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반면 소련은 내부 모순과 외부 압박을 이겨내지 못 하고 결국 사망선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그 유산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가 이어받았지만 말이다. 20세기 후반 이후의 역사는 소련의 퇴조와 중국의 부상, 그리고 여전히 강건한 미국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세계열강들의 그룹인 G7 체제는 한편으로는 다자화된 G20 체제로 확대됐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양극화된 G2 체제로 수렴됐다. G2 체제의 당사자인 중국과 미국에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이전 냉전시대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우선 미국에 동아시아 정책의 핵심 거점은 여전히 일본이다. 일본은 러시아와 중국 등 대륙 세력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방패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열도, 대만, 필리핀, 호주로 이어지는 라인을 철벽 방어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일본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소극적인 해상 봉쇄를 넘어 대륙 압박이라는 적극적 차원으로 들어가면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가 훨씬 중요해진다. 한반도는 베이징과 너무나 가까울 뿐만 아니라 만에 하나 중국 대륙에 진출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 유일한 입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한반도는 대륙 세력의 남하를 막는 저지선을 넘어 대륙으로 압박해 들어갈 수 있는 전초기지인 것이다.
현재 미국의 한반도 전략은 투 트랙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남한에는 평택에 세계 최대의 미군기지를 건설해서 미 육군을 주둔시켰고, 성주에 사드를 배치시켜 놓았다. 북한과는 대화를 통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개혁 개방의 길로 나오라고 유도하고 있다. 결국 남·북 모두 친미 세력화하는 것이 미국의 궁극적 목표일 것이다.
작금 북·미 대화는 트럼프라는 개인의 특성도 작용하지만 미국의 대중 견제라는 지정학적 전략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사드 배치와 북·미 대화는 중국에게 엄청난 압박일 것이다. 중국에게 한반도는 대륙의 명운을 걸고 반드시 사수해야 되는 혈처다. 그래서 임진왜란 때도, 청일전쟁 때도, 한국전쟁 때도 참전했던 것이다. 만약 한반도가 적대국이 되거나 적대 세력과 제휴한다면 중국의 안보에는 치명적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한반도의 위치는 미 대륙에서 플로리다 반도와 비슷하다. 그 플로리다 반도와 마주하는 섬이 바로 쿠바다. 플로리다와 쿠바는 원래 스페인 식민지였다. 플로리다는 1819년 미국 땅이 됐고, 쿠바는 1899년 미국과 스페인 전쟁 후 미국의 지배하에 놓이게 됐다. 플로리다와 쿠바 모두 미대륙의 안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거점이었다.
그러다가 쿠바에서 1959년 혁명이 일어나 사회주의 국가가 탄생했다. 그동안 유라시아 대륙에서 사회주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해 왔던가. 그런데 자신들의 코 앞에 사회주의 국가가 건설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련은 쿠바 카스트로 정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쿠바에 미사일 기지 건설을 추진했다. 미국은 이를 자국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할 수밖에 없었고, 곧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3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에 소련은 쿠바 미사일 기지를 포기했다. 대가는 미국이 터키에 있던 자국의 미사일 기지를 포기하는 것이었다.
미국이 코 앞에 적국의 미사일 기지를 용납할 수 없던 것처럼 중국도 한반도에 사드와 같은 새로운 군사시설이 들어오는 걸 용납할 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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